현대 의학 발전은 인류의 건강 증진에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지만 예기치 못한 어려움도 야기한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의 중단’ 판결을 끌어낸 식물인간 상태의 김모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사회 일각에선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을 ‘소극적인 안락사’와 혼용하며 의미 또한 동일시하는 문제점을 드러낸다. 나아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안락사 허용 법 제정까지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으로, 하느님 외에 그 누구도 생명을 살리고 죽이는 결정권은 없다. 때문에 고의로 죽음을 초래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되지 않는다.
안락사는 그 의미가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수단만 다르지 내용에 있어서는 별 차이가 없다. 어떤 방법으로든 안락사를 시인하는 것은 환자의 치료를 소명으로 삼고 있는 의사의 임무와 모순된다. 오진의 가능성이나 생명을 연장하는 새 치료법이 발견될 가능성 또한 소극적 안락사 반대의 근거가 된다.
안락사와 관련한 교회의 가르침은 특히 말기 질환 환자들의 고통 앞에서 도전받고 있다. 게다가 경제적인 문제도 심각한 장애물로 대두된 것이 현실이다.
이번 판결에서도 용어 사용 뿐 아니라 치료 중단과 관련한 의사 판결 결정이 모호한 면이 많았다.
환자는 자신이 의식이 있는 동안, 회피할 수 없는 죽음에 임박했을 때 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자살적 선택이 아니라 실존적인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일 때 인정된다.
하지만 환자가 의식불명이거나 고통 등으로 우울증을 앓는 경우 환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환자의 의견을 ‘추정’하는 것은 자칫 경제적 이유 등으로 타인의 생명권을 단축시키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직 병원측 항소 등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이번 판결이 판례로 굳어지더라도 무의미한 치료 중단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려면 논란과 진통이 불가피하다.
분명한 것은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생사 결정을 판단할 수 없다. 단 죽음과 관련한 올바른 용어 사용과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을 판단하는 기준 마련을 위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은 필요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교회가 그릇된 법 제정 이후 뒷북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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