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 못 이룬 나를 재우고 가네요. 어여쁜 꽃송이 가슴에 꽂으면 동화속 왕자가 부럽지 않아요…. ♬
얼마 전에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수단 어린이 돕기 음악회에 갔다가 ‘4월과 5월’이 부르는 노래 ‘장미’를 들었다. 기타 반주에 맞추어 울리는 감미로운 선율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금방이라도 꽃내음을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대림 제3주일을 맞으며 다시 이 노래 ‘장미’가 떠오르는 것은 특히 ‘어여쁜 꽃송이 가슴에 꽂으면 동화속 왕자가 부럽지 않아요’라는 노랫말 때문일 게다.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가 시각적으로 아름다워 보이는 때가 두 번 있으니, 바로 ‘대림 제3주일’과 ‘사순 제4주일’이다.
일반 본당에서는 흔히 보라색 제의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전례적으로는 이때 장미색 제의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장미색 제의를 입은 사제를 보면 절로 마음이 즐거워지고 그야말로 ‘동화속 왕자가 부럽지 않아요’라는 말이 실감된다.
장미색은 하얀색과 빨간색이 혼합된 색으로, 빛과 사랑의 확산이란 의미를 지니며 기쁨과 환희를 나타낸다. 교회는 대림 제3주일과 사순 제4주일에 장미색을 사용함으로써 가까이 다가온 성탄과 부활의 큰 기쁨에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래서 미사 제의뿐 아니라 네 개의 대림초 가운데 대림 제3주를 밝히는 초도 장미색이다.
우리가 일상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과의 만남을 준비한다는 뜻에서 삶은 하나의 기다림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가다가 지칠 때나 슬플 때 이렇게 흥얼거려보면 어떨까.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우리의 기다림은 결코 지루하거나 고단하지 않을 것이다.
이혜정(에밀라스·까리따스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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