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도나 과학도가 아니더라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지성인 축에 든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지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웬만한 입심을 과시하는 일반인들이 모인 사석에서도 우주론·창조론 등과 같은 류의 거대 담론이 등장할 때면 거의 어김없이 좌중을 휘어잡는 위력을 발휘하는 주제어이기도 했다.
물리학의 끝이 보인다고 했던 이전까지의 고전 물리학을 뛰어넘어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와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현대물리학의 장을 열어 보여준 이론이었으니 왜 아니었겠는가.
상대성 이론은 그 난해함 때문에 그 이론을 아는 체하는 것만으로도 이른바 지식인 대우를 받기도 했었다.
‘E=mc²(E:에너지, m:질량, c:속도)’이라는 방정식 정도로 알려진 이 이론이 인류 역사의 진로를 간단하게 틀어버린 원자폭탄 탄생의 이론적 배경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화 마당에 이 이론을 끄집어 낸 이의 ‘말발’이 한 끗 우위에 서게 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었다.
상대성 이론은 결국 시공간·에너지·물질 등이 모두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 그 전체가 자연의 본질을 이루며, 자연의 구성 요소들이 따로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고 모두 얽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수학적으로 상대성 이론을 풀어 설명하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은 일이어서 2차나 3차로 이어지는 자리에서까지 이를 주제로 한 얘기가 계속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 어릴 적 현학적인 태를 못 벗고 있던 필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고 보면….
이렇듯 난해함 그 자체로 여겨지던 상대성 이론을 정작 아인슈타인 자신은 “뜨거운 난로에 손을 얹으면 1분이 한 시간 같지만 연인과 한 시간을 앉아 있으면 1분처럼 느껴진다. 그게 바로 상대성이다”는 말로 간단하게 설명해버린다.
이러한 상대성 이론의 진면목은 교회 안에서도 어렵지 않게, 그리고 아주 손쉬운 방법으로 체험할 수 있다.
‘E=mc²’이란 방정식을 ‘(사랑이 발휘하는)힘=마음·(사랑이 미치는)손길의 속도²’로 대치해 논했던 옛 기억을 떠올려보면 된다.
무엇보다 주님께 받은 은총을 나누려는 마음과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때 그 필요가 되어주려는 노력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드러나는 사랑의 힘이라는 게 주된 논지였다. 갖은 어려움과 질곡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의 사랑 나눔 행렬 속에서 바로 상대성 이론의 인간적 단면을 읽게 되는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복지 시설이나 가난한 이들을 향한 도움의 발길이 뚝 끊겼다느니 IMF 경제위기 때보다 추운 시절을 맞고 있다느니 하는 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교회 안에서는 사랑의 기운이 식기는 커녕 갈수록 뜨거움을 더해가고 있다고 한다.
교회 사회복지 기관이나 시설 관계자들에 따르면 암울했던 예상을 뒤집는 결실들이 드러나면서 스스로도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른바 ‘뭉치’로 기부하는 이들보다는 소액으로나마 나눔을 실천하는 개인 기부자들이 늘어나면서 삶의 현장 곳곳에서 조그만 기적들을 연출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추위가 맹위를 떨친다 하더라도 살만하다고 느껴지는 건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이러한 나눔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사랑의 행위를 통해 우주와 생명의 본질을 드러내 보여주는 진리를 어렵지 않게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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