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서울 청량리 성바오로병원에서 가톨릭신문을 접한 송병승씨가 보내온 글이다.
신앙이란 신불(神佛) 등을 굳게 믿어 그 가르침을 지키고 그에 따르는 일이라고 일컫는다. 사람에 따라 신앙이 있고 없다. 믿는 이들은 믿으면 믿을수록 힘이 솟고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우리 가정은 아버지 어머니 살아 생전에는 종교가 없었다. 두 분 다 세상을 떠나신 후 우리 칠남내는 제각각 다른 종교를 갖게 되었다. 큰 누님은 기독교, 작은 누님은 불교, 나는 불교, 아우들도 기독교 불교 등. 온 가족이 하나의 신앙으로 뭉치면 좋을 터인데 마음 내키는대로 신앙생활을 하는 셈이다.
교직에서 정년 퇴직한 한 후배는 개신교 장로님이다. 그는 만날 때 마다 “송교장님. 우리 교회에 나오십시오. 참 좋은 교회입니다”하고 선교를 한다. 그럴 때 나는 “내가 다니는 절에도 한번 오시지요”하고 응수를 한다. 의사를 타진하면 묵묵부답이다. 한마디로 다른 종교에는 관심이 없다는 속내다.
또 한분 선배는 천주교 신자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주일미사에 충실히 참여한다. 그 분은 가톨릭이 좋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또 변호사인 한 제자는 다니던 교회 목사님을 따라 개척교회로 이전하였는데 자동차로 왕복 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보다 신앙은 스스로 우러나와야 하고 어떤 강요나 사심없는 행위에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내 종교도 소중하면 남의 종교도 소중하다. 이른바 상생과 나눔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이웃을 공경하는 신앙이 참다운 신앙이 아닐런지.
흔히 사람들은 믿는 사람들이 더 나쁜 짓을 한다고 질타한다. 기도할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힐난한다. 이는 우리 믿는 이들이 참회하고 속죄해야 한다.
가톨릭의 정신적 지주인 김수환 추기경님이 연로하셔서 병환 중이라고 들었다. 혜화동 근처에 사는 선배 사모님은 주 3~4회 혜화동성당을 찾아 신부님 수녀님들과 진실의 말씀을 나누고 있다. 선배는 수의학과 한학을 전공하여 공자 맹자 사상에 심취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를 주제로 서로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세상은 단일 구조로 되어 있지 않다. 인종과 얼굴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듯이 내가 주장하는대로 이끄는 편협함과 획일성이 아닌 다층 구조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상호 보완해나가는 것이 우주의 섭리가 아닌가 한다.
가톨릭은 이런 의미에서 갈채를 받아야 한다. 불교계의 큰 스님과 가톨릭교회의 추기경, 대주교, 주교, 신부님들과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아름다운 만남이요 사랑의 징표가 아닌가.
내 것만 옳다고 하는 흑백 논리를 몰아내고 건전한 토론과 토의 속에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포용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
송병승(서울시 도봉구 방학 1동)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