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굳은 미움 하나 떨치지 못해
산그림자 허리 적시는
저문 강가에 앉으면
아득한 수면처럼
어두워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럴 때
고요히 흐르는 강물로 오시어
심중에 잠겨있는 고해의 언어들
말갛게 씻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등 돌리고 버티던 어떤 후회 하나
더께낀 세월 더듬다 명치 끝에 걸리면
빈 마당 서걱이는 바람처럼
공허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럴 때
달빛같은 시인으로 오시어
애터지게 불러볼
그리움이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가파른 삶의 뼈마디가 애증으로 휘청거려
얼음 속 흐르는 물줄기처럼
속울음 풀어낼 때면
모든 것 다 품어도
모자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럴 때
“왜”냐고 묻지 않는 침묵으로 오시어
무릎 꿇는 묵상의 새벽, 사죄경 한 줄
내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임정희(글라라·대구 정평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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