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당역 근처에 있는 ‘사랑의 식당’은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점심식사 때 노숙자들을 맞이하는 사랑의 나눔터다.
우리는 매주 수요일마다 이곳을 찾아간다. 어느 수요일. 식당에 도착하니 아직 배식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식당 안이 북적거렸다. 낯선 사람들이 털목도리 250장을 성탄선물로 가져와 노숙자들에게 직접 나눠 주기 위해 비닐봉투에 담고 있었다.
어디선가 보내 온 떡 봉지도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올해 경기가 좋지 않아 예년에 비해 복지단체들에 대한 후원이 많이 줄었다더니, 성탄은 그래도 성탄인가 보다. 주는 손길에나 받는 손길에나 따뜻함과 부유함이 넘치는 것 같았다.
수도자이기 전에 그리스도인으로서 ‘가난’에 대해 자주 묵상하고 말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자칫하면 물질적 가난을 찬양하거나, 혹은 내적 이탈을 추구하면서 실제적 가난은 거부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말하지만 역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회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고, 가난한 이들은 더 이상 교회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복음서 저자들은 예수가 탄생부터 죽음까지 가난했다고 전한다. 그에게는 머리 둘 곳조차 없었으며 순례여정에 필요한 배 한 척 없었다. 그런 그가 먹고 마시자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마태 11, 19)라고 손가락질 받는다. 그가 함께 어울렸던 세리와 죄인들 중에는 부자도 있었다. 그는 부유하면서도 가난했고, 가난하면서도 부유했다. 그는 자유로웠던 것이다.
저무는 2008년을 바라보며 자문해 본다. 지금 나는 과연 자유로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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