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서품성구를 준비하면서 두 가지 중에서 고민을 했습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 68)와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공동번역)라는 성구였습니다.
서품을 준비하면서 저의 상황은 이랬습니다. 모든 과정은 서품을 받기에 합당하다고 하지만 정말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지 어떤지 확신같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되어가는 것인가 했습니다. 하느님께로부터 그런 확신을 받은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자신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에서 한 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동안 두 가지를 놓고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성구를 묵상하면서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갈 것인가 라는 말이 그 때의 상황에 맞는 것이고 마음을 잘 표현했지만 왠지 체념의 어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성구에서 그 힘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예수를 닮고 싶은 갈망도 있었고 곱씹을수록 힘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많은 사제들이 서품을 받으면서 하느님의 징표를 받는 것은 아니었고, 되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주님께서 힘을 주실 것이라는 신뢰 속에서 두 번째 성구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의 서품 성구를 대할 때 부끄러움이 많습니다. 10여 년이 지나면서 성구처럼 사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그렇게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저에게 증언하려는 진리는 심판보다도 한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기에 다시 힘을 얻습니다. 아울러 서품 성구를 보고 묵상하면서 예수님처럼 살고 싶은 갈망을 다시 다짐해봅니다. 그 사랑의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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