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새로운 태양이 올랐다. 하지만 올해 떠오르는 태양은 예년처럼 눈부시지 않다. 극심한 고용 위축과 이에 따른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40~50대 가장들이 늘고 있다.
중산층 몰락도 가속화 되고 있다. 빈곤층 숫자가 정상 범위 이상으로 늘어나면 무엇보다 사회 통합이 어려워지므로 중대한 국가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계층간 반복도 심해지고 있다. 묻지마 범죄 및 자살률, 이혼율의 증가는 이미 우려할 수준이다. 60대 이상 노인의 올해 자살률은 2000년에 비해 3배나 급증했다는 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을 비롯한 이웃 강대국들은 각자 대화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고, 그럼에도 우리 사회 내부는 ‘나만 옳다!’는 귀 막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야할 정부는 불신의 늪에 빠져 행정기능의 약화까지 우려되고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고결한 선비정신을 지닌 한국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본지는 이러한 결과를 수년 전부터 예고하며 누누이 경고해 왔다.
물질주의와 황금만능주의는 필연적으로 고통스런 결과를 가져온다. 돈이 최고라고 여기는 세태에서는 구원과 희망이 설 자리가 없다. 이제는 새로운 각오로 신발 끈을 다시 조여야 할 때다. 우선 물질 중심의 가치관부터 걷어내야 한다. 더 나아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을 수호해야 한다.
가정은 단지 하나의 사목 분야에 그치지 않으며, 모든 사목활동은 가정을 그 중심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 신앙생활과 교회생활 자체가 가정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조건 없는 사랑을 매개로 이뤄지는 가정이 무너지면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정신 개혁의 맨 앞줄에 신앙인들이 서야 한다. 진정한 신앙인은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2코린 4, 18)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석 추기경은 본지와 가진 신년 대담에서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늘 마음에 두고 새겨들을 말이다.
태양은 빛을 잃는 법이 없다. 만약 새해에 떠오르는 태양이 흐려 보인다면, 그 태양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이 흐려져 있지는 않은지 먼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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