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4대 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꺼져가던 한반도 대운하의 불씨를 새롭게 지피며 다시 한번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순수하게 홍수예방과 하천환경 개선을 위한 4대 강 정비사업이 목적으로 제방 축조와 보강, 하천변 저류지 설치, 하도정비 등 치수사업이 주된 내용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자들은 이 사업이 대운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조금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름만 바뀐 똑같은 대운하 사업임을 알아차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의하면 2008년 현재 우리나라의 하천 정비율은 국가하천의 경우 96.9%, 지방하천은 8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렇게 거의 완성 단계에 있는 하천을 정비하는데 갑자기 그토록 많은 예산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 사업의 주 대상인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 4대 강이 아닌 강원도와 같은 상류의 소하천과 지방하천들이어서 홍수 예방을 위해 4대 강을 정비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특히 4대 강 하천정비 사업 계획의 전체 예산 규모와 시기가 한반도 대운하 계획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의혹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대운하를 찬성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앞세워 국민들의 반발이 큰 경부운하를 미루는 대신 일단 낙동강과 경인운하, 호남운하, 금강운하를 각각 분리해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운하를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모임’은 이 프로젝트가 대운하 건설의 연장선상에 놓인 사업임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교회도 일찌감치 대운하가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반할 뿐 아니라 국론분열을 초래하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입장을 정리하고 정부가 대운하 건설을 강행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하천 정비 사업을 둘러싼 이러한 혼란은 결국 정부에 대한 불신에 그 원인이 있다. 이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소모적인 논란을 잠재우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나서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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