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는 늘 새해를 맞아 ‘희망’을 품습니다. 신앙인들은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고, 나아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삶에로 한층 더 초대받는 때입니다.
그러나 새해가 되었는데도 정치경제적으로 밝은 전망이 거의 보이지 않으니 막연한 불안감이 서로에게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지혜를 모아 풀어나가야 할 정부는 진정한 대화는 뒤로 하고, 대다수 국민들과 우리나라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과는 빗나간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합니다.
특히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대안에 14조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려는 4대강 정비가 있습니다.
이 정책을 보면서 1930년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시행되었던 ‘뉴딜 정책’을 떠올립니다. 당시 경제 대공황에 따른 주가 폭락과 실업 등 미국이 맞닥뜨리고 있던 상황 역시 우리 경제상황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 때 루즈벨트 대통령은 정부와 국민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대규모 토목공사’로 ‘뉴딜 정책’을 시행했고, 국민과의 대화를 위해 라디오 방송을 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보고 듣고 있는 정부의 4대강 토목공사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라디오 담화와 아주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 미국의 뉴딜은 경쟁에 뒤처지고 시장논리에 ‘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뉴딜’이었다는 점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은 ‘부자들을 더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며 “이 전진은, 이미 많이 가진 이들의 ‘부’에 ‘부’를 더 보태는 것이 아니라, 너무 적게 가진 이에게 우리가 충분히 나누어줄 수 있는지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힘든 시기에 미국 역사상 최초로 ‘노동자 권리’와 ‘사회보장제도’가 만들어지고, 이를 위해 부유층과 기업에 ‘높은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과연 오늘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토건사업을 통해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는 토목의 취업유발계수는 전체 168개 산업분야 중 72위 정도에 그친다고 합니다. 기준표로 계산할 때 오히려 도소매업이나 사회복지사업, 서비스업이나 연구개발사업에 투자할 때 토목사업의 3배의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홍수를 막기 위해 실시된다는 4대강 정비는 실제 장마철 홍수 피해 지역인 강원 산간 지역과 영남의 소형 하천주변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듯 보입니다. 또 하나, 4대강 정비의 강바닥 준설과 모래 채취가 진정 강 살리기인지, 생명을 죽이는 공사가 아닌지도 분별해야 합니다.
한 예로, 지난 10년간 강바닥 준설을 해온 낙동강은 수 미터나 깊어졌지만 수질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10년간 골재 채취를 하지 않은 섬진강 하구는 2급수에서 1급수로 맑아졌다고 하니 모래를 파내 수질을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햇볕이 들 수 있는 얕은 물과 모래에 여러 생물이 조화롭게 어울려 살 때 수질도 맑아진다는 것입니다.
하천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으며 이 물과 함께 인간의 문명도 생겨나고 발전해왔습니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하신 이 수많은 피조물들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빚고 숨을 불어넣어주신 모든 생명체는 하나하나가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갈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그 자체로 소중한 우리의 이웃입니다. 우리가 창조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피조물-강과 산에 대한 인간의 사명을 저버린 채 마구 다룬다면, 파괴되는 자연과 함께 바로 우리 후손들이 신음하다가 파멸에 이르게 됨을 이미 여러 자연재해를 통해 경고 받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대에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명을 돌보고 지키면서 희망을 키워가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생명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종교만이 종교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도 합니다.
2009년도 많은 변화와 갈등 그리고 혼돈이 예상됩니다. 예수님을 따르고 믿는 이의 눈으로 식별하고, 먼저 믿는 이들의 삶으로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생태계 보호와 생명존중의 정신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어야 합니다.
자, 우리 신앙인들부터 욕심을 줄이고 ‘가난하고 잊혀져가는 이들’과 하느님의 생명과 사랑을 일깨우며 연대하고 나누며 우리의 희망을 일궈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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