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았지만 모두들 걱정부터 앞선다. 지난해부터 불어온 세계 경제 한파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희망보단 절망과 고통이란 말이 우리 가슴에 더 깊이 파고든다. 한 해의 시작이 우울해도 너무 우울하다.
‘십자가’ 묵상이 절실한 때인 것 같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든 지고 살아가야 하는 내 마음의 십자가. 머리에 가시관을 쓰시고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맨발로 그 길을 앞장서 가셨던 예수님은 우리에게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처한 상황에 대해 불평불만이 가득하다. “사는 게 왜 이럴까? 왜 나한테 이런 시련과 고통이 찾아올까? 다른 사람들은 잘 살고 있는데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할까?” 등 늘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에 휩싸여 세상을 향해 불만만 터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자신이 가장 어렵고 자신이 가장 힘들다며 불평하는 우리의 모습을 예수님께서는 과연 어떻게 보고 계실지.
오히려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가 저술한 ‘봉헌을 위한 33일간의 준비’ 책에서 지적하듯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시진 않은지 모르겠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십자가의 길에 나 홀로 버려두는구나! 분별없는 우상 숭배자들은 내 십자가를 어리석은 짓이라 비웃고 있다. 너희들도 나를 버리고 거역하는 세속의 자녀들처럼 십자가에서 도망치겠느냐? 너희는 쾌락을 찾아 십자가의 고통을 피하고, 명성을 얻고자 십자가의 굴욕을 미워할 것인가?
나에게는 겉으로 친구처럼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십자가를 사랑하지 않기에 사실은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의 잔치에 자리를 같이하겠다는 벗들은 많으나 내 십자가와 함께 하겠다는 벗은 적다.”
누구나 예수님과 더불어 즐기려 하지만, 그분을 위해 고통을 참겠다는 사람은 적다. 그분의 기적을 숭배하는 사람은 많지만 십자가의 수난을 따르려는 사람은 적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사랑하되, 곤란을 당하지 않을 때만 사랑한다.
십자가의 길은 곧 회개의 길이다. 하느님께 잘못에 대한 용서를 청하고 회개할 때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하느님을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하는 우리들.
삶의 무게로 힘겨워하지 말고 용기를 갖자.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 되시고, 우리 가운데, 우리 앞에 계시는데 누가 감히 우리와 맞서겠는가? 고난의 일순간이 영원한 영광을 보장할 것이다.
십자가는 하느님 집의 문이다. 그 문을 통하지 않으면 결코 그 집에 들어갈 수 없다. 십자가는 대화의 창이다. 십자가를 통하지 않으면 하느님께 말씀 드릴 방법이 없다. 십자가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조건을 완성하신 것이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십자가는 끌고 다니라는 것도 아니고 목에 걸고 다니라는 것도 아니며 혹은 지붕 위에 세워두라는 것도 아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십자가는 내가 거기에 매달리라는 것이다.
내 마음의 십자가를 감사히 받아들이자. 2009년 새해벽두를 열며 삶의 모든 어려움과 고통을 주님께 맡겨 드리고 그분만을 믿고 따르자. 우리가 기꺼이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갈 때 성령께서 그분께로 이끌어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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