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새 한 마리
동백이 시린 얼굴
마음껏 열어 놓는 아침에
시냇물을 펼쳐 놓고 할머니는
빨래를 햇살에 비벼 빨고 있었다.
뒤따라온 강아지를
할머니는 보고 있었다.
빨래를 하다 말고 할머니는
“어여 집으로 가거라, 이눔아,
추운 데 뭣하러 여기까지 왔어”
강아지한테 손사래를 쳐대고 있었다.
동백 가지 사이에 숨어 있던
꽃새 한 마리
먼 데서 올 새소식 기다리듯
강아지도
반질반질 까만 코를 혀로 핥으며
웅크리고 앉아 할머니를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연 꽃
연꽃을 보려면
아침에 봐야 해.
그때 향기가
제일 둥글거든.
둥근 향기가
멀리멀리 퍼지거든.
연꽃을 보려면
이파리도 같이 봐야 해.
이파리가 연꽃을
받쳐 들지 못하면
꽃은 저 혼자 피지 못하거든.
연꽃을 보려면
이파리 위에 빗방울이
구르는 것도 봐야 해.
그때 빗소리가
눈 감긴 연못을 씻어내는 것도
함께 봐야 해.
편덕환(안토니오·전주교구 창인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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