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피자 한판 시켜놓고 후배들과 2002년 가톨릭신문 영인본을 펴 본 일이 있다.
수습 시절 야심차게 기획했던 ‘설날 윷놀이’ 기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도 ‘참 유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한 면짜리 그래픽이었는데 막상 신문을 본 후배들은 ‘오 이런 것도 할 수 있군요’라는 반응을 보인다.
‘내가 수습 때는 말이야’라는, 7년 전 수습기자 때는 선배들에게 정말 듣기 싫었던, 그 말을 내뱉는 스스로가 우습고 부끄럽기도 해 재빨리 신문을 넘겼다.
그런데 한 기사가 눈을 사로잡았다.
분명 2002년 5월 기사인데 낯익다. 어디서 본 적이 있다. 2008년 5월에도 똑같은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같은 단체가 같은 행사를 6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가졌다. 기사를 쓴 기자는 분명 다른데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 단체는 6년 전에도 결의문을 발표했다. 6년 후인 2008년 발표한 결의문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그 기사뿐이 아니었다. 6월, 7월, 8월 신문을 넘기면서 2008년과 횟수만 다를 뿐 무늬는 같은 행사들이 줄줄이 눈에 들어왔다.
“신문이 이러면 독자들이 보겠니. 당신들은 그러지 마”라며 웃어넘겼지만 머릿속은 복잡하다.
같은 기사거리, 같은 행사라도 기자가 어떻게 잘 소화하고 편집하느냐에 따라 분명 신선한 기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같은 행사라도 단체의 역량을 모아 해를 거듭할수록 변화를 시도해야만 발전을 꾀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교회력에 따라 일 년을 보내는 교회이고 워낙 변화를 싫어하는 공동체라 하지만 언제까지 식상한 선언문에 감사패만 주고 또 잊어버릴건가. 1회가 10회가 되고 25회가 되도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올해도 신년특집호에는 교회 수많은 단체장들의 신년인사가 두 개 면을 가득 채웠다.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는 세상 변화에 발맞추겠다는 다짐이 인사에 담겼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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