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제 아무리 여러 가지를 체험하고 살고, 또 그 삶의 내용이 아무리 복잡하다 한들 그가 이 세상에 사라 질 때는 대개 단 한 줄로 그의 인생을 요약하게 된다. 그 요약된 단 한 줄은 묘비명에 새겨지는 것이 보통인데, 그것은 반드시 성공한 사람들에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을 떠날 때, 그 사람의 생이 분명해 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어린 시절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았다. 열 살 생일에 친구로부터 받은 토끼 두 마리로 그는 이 세상의 가장 큰 부자가 된 사람이다.
카네기가 살았던 지방에서는 토끼에게 반드시 이름을 지어주는 문화적 관습이 있었다. 두 마리에게는 가능했지만, 다산형의 토끼가 몇 년 사이 끝없이 불어났을 때 어린 카네기는 그 많은 토끼에게 이름을 다 지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카네기는 고민 끝에 담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학교 출석부 종이를 빌려 그곳에 이름을 적고 오려서 각 토끼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러나 누가 철수고 영희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고, 먹이를 주는 일도 벅찼다.
어느 날 몇몇 우리에는 먹이를 주지 못하고 학교를 다녀왔는데, 먹이를 주지 못한 우리에도 풀이 가득했다.
카네기는 다음날 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이름을 단 토끼에게 각자 먹이를 주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도 아주 행복하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말이다. 카네기는 그 때 자신의 이름을 알아주는 일이 사업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훗날 카네기는 직원이 다섯 명에 불과했을 때도, 천명 혹은 수천 명으로 늘어났을 때도 가능한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외웠고,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카네기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덕목으로 직원의 이름을 불러주며 ‘오늘 힘들었지?’라고 물은 것을 꼽았다. 실제로 그의 자서전에는 자신이 살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자네 힘들었지?’였다고 적고 있다.
카네기는 우리네 세상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떠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그의 묘비를 세웠고, 묘비명에는 참으로 카네기를 위한 단 한 줄의 글이 새겨졌다. ‘남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이, 여기에 잠들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로 적혀 있다. 물론 본인이 고집한 것이며, 늘 좌우명으로 삼았던 말이다. 웃음이 난다. 그러나 지독한 인간의 약점이 ‘물컥’ 잡히는 묘비명이다.
코믹한 이 문구는 우리에게 불평한 시간도, 미워할 시간도, 결코 미루고 있을 시간도 없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우리 모두는 나도 뭔가 해야겠다고 한바탕 떠들썩하다가 이내 고요해지기 일쑤다.
‘작심삼일’이 누구에게나 적용된다는 이 슬픈 인내심 앞에 얼굴을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미 새해는 시작됐고, 우리는 많은 계획들을 세웠다.
옆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앞 사람을 외면하면서까지 도대체 무슨 일에 그렇게 골몰하는가. 가장 감동스러운 것은 인간적 이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우리는 그것들을 주머니에 넣어 두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는가. 그것들을 우리네 삶 속에 펼쳐놓을 수만 있다면, 우물쭈물하다가 딱한 형편에 놓이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눈감는 그 날, 명예와 재산은 티끌과 같을 뿐이다. 감동과 위로로 가득한 사람들의 마음이 마지막 영면의 향기로 남는 것이다. 훗날 묘비명을 보면 더욱 분명해 진다. 그래도 그냥 모른 척 할 것인가?
우리는 알고 있다. 예수님도 마지막 십자가에서 눈감으실 때 딱 한마디로 자신의 생을 요약하셨던 분이다. ‘이제 다 이루었다’
우리는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그 ‘무엇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짚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주님이 주신 시간을 헛되이 사용하지 않는 길이다. 나는 나에게 묻는다. 너는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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