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모처럼 은행에 들렀다. 탁상 달력이나 한두 권 얻을까 했더니, ‘쉿’ 소리와 함께 고객님에게만 특별히 드리는 거란다. 그것도 1인당 한 권 이상은 곤란하단다. 의기양양한 은행 직원의 태도에 나도 모르게 여기저기 눈치를 살피며 바삐 그곳을 빠져나와야 했다. 누가 볼까 손에 달력을 꼭 쥔 채….
달력 인심이 예년 같지 않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더욱 유난스러운 것 같아 씁쓸하다. 경제위기가 불러온 한파 탓이다. 수많은 공짜 달력 중 맘에 드는 것만 골라잡고 나머지는 폐품으로 보내던 일은 배부른 추억이 됐다.
새해 달력을 넘겨보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여기에 올 한 해의 목표와 다짐, 포부를 담기 때문이다. 요즘은 컴퓨터나 핸드폰에서도 날짜나 요일, 시간쯤은 간편히 알 수 있게 됐지만, 그래도 달력은 예나 지금이나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어렵사리(?) 손에 넣은 탁상 달력을 1월부터 한 장씩 넘겨본다. 빳빳한 종이가 주는 느낌과 특유의 잉크 냄새만으로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올해는 어떤 일들이 내 달력을 채워나갈까. 새해 복 많이 받고, 웃음과 행복만이 가득하길 소망해 본다.
그런데 허걱! 달력을 넘기다 보니 2009년 주말과 주일을 제외한 공휴일이 고작 6일 뿐이다. 신정, 어린이날, 성탄절 외엔 모두가 토·일요일과 겹쳤다. 주중 공휴일이 없는 달도 8개월이나 된다. 기축년 ‘소의 해’ 아니랄까봐, 올해는 소처럼 묵묵히 일 많이 하는 한 해가 될 듯하다.
새 달력 들춰가며 ‘빨간 날’ 헤아려 보는 건, 빠듯한 일상 속에서도 조금의 여유를 꿈꾸는 직장인만의 ‘작은 기쁨’이었는데….
이래저래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