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 세계 그리스도교 교회들은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지내며 일치를 위한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하느님께 일치의 은총을 내려주시길 기도드린다.
특별히 올해 맞는 일치 기도 주간이 뜻 깊은 것은 이 기간 동안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바칠 공동 기도문 등을 담은 자료집을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중심이 돼 마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일치 기도 주간에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국가인 한국의 특수한 현실에서 우러나온 평화와 화해를 향한 간절한 염원을 담은 기도가 그리스도인들의 입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게 된다.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바칠 공동 기도문을 마련하기 위해 그간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걸어온 걸음은 그 자체로 교회 일치를 향한 지평을 새롭게 여는 것이었다. 지난 2006년 12월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천주교와 개신교 지도자들이 열흘간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국제 순례에 나선 것이 첫 걸음이었다.
세계 교회의 일치운동 경험을 배우기 위해 마련된 순례 기간 동안 양 종단 지도자들은 교회 일치 운동의 주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 본부를 비롯해 로마 교황청, 그리스정교 총대주교청 등을 방문하며 교회 일치를 위한 새로운 싹을 발견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이듬해 1월 일치 주간 기도회 후 양 종단 신학자들이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후속 작업에 뜻을 모음으로써 2년여 만에 오늘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치를 위한 모색은 각 그리스도교 교회들에 자기 쇄신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요청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자기 정체성과 복음의 메시지를 시대의 징표에 따른 올바른 해석을 통해 더욱 철저하게 인식하고, 이에 부응하지 않는다면 참된 일치를 향한 걸음을 내디딜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가톨릭과 개신교를 포함한 그리스도교 교회를 둘러싼 사목 환경과 복음화의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라 할 수 없다. 교세 증가 추세 역시 과거에 비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앞으로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이러한 때일수록 한국의 그리스도교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자기 쇄신의 노력을 꾸준하게 이어나갈 때,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할 때 비로소 주님께서 바라시는 일치의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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