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은 제5차 중동전에 대한 염려를 키우며 그렇지 않아도 곳곳이 상흔으로 패인 인류사에 또 다른 상처를 더하고 있다.
새해 들어서자마자 이스라엘이 탱크를 앞세운 대규모 지상군 병력을 가자지구에 투입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작전을 개시한 지난 달 27일 이후 열흘 남짓한 기간 만에 사망자는 500여 명, 부상자는 2500명을 넘어섰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민간인 피해가 늘어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유야 어떻든 전쟁 통에 죽어간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민간인이며 그 중 80명에 이르는 어린이들이 끼어있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이 보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팔레스타인인뿐 아니라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행위가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대한 자위, 또는 ‘테러와의 전쟁’ 수행 차원의 것이라고 하지만 이토록 많은 민간인 피해 앞에서 변명은 필요 없을 듯하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소식을 전해들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첫 반응도 무조건 휴전이었다. 교황은 대화를 거부하고 전쟁을 선택함으로써 가자 주민들의 여건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악화시킨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자들을 비판하고, 이들에게 가자지구에서 벌이지고 있는 “현재의 비극적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즉각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평화를 위한 특별한 윤리적 책임이 있다. 바로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인류의 분열과 쟁투 속에 보내드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회는 “무차별 전멸시키려는 전쟁 행위는 모두 다 하느님과 인간 자신을 거역하는 범죄이므로 단호히 단죄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사목헌장 80항)고 가르치고 있다.
나아가 “현대인들은 자신의 전쟁 행위에 대하여 엄히 심판 받을 것을 알아야 한다”며 하느님이 주신 생명과 인권을 말살하는 전쟁에 대해 엄격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 가운데 전화의 참상에 눈감아버림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릇됨에 눈 감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 또한 양심을 거스르고 정의를 배척하는 일이다.
모쪼록 이번 사태가 그리스도의 정의가 이끄는 방향으로 해결의 길을 찾아 나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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