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 운동은 지속해야 할 소명”
교회 일치란 '하나의 교회' 위한 모든 노력 의미
한국, 수많은 교파 영향에 일치운동 어려움 겪어
교리 논쟁보다 사회 문제 해결 위해 힘을 모아야
2009년은 한국 교회 일치 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 그리스도교 교회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에 배포되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이하 일치 주간) 기도문을 제작, 한국 교회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특히 한국 교회들은 올 한해 교회 일치의 의미와 필요성 등을 널리 알리고, 전체 그리스도인들의 동참을 독려하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일치 주간을 앞두고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주교를 만나 한국 교회의 일치 운동과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한국 교회들이 전 세계인이 공동으로 봉헌하는 일치 주간 기도문과 자료집을 준비한 성과는 일치 운동의 역사를 한 단계 더 높이는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도 주제 또한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은 것으로, 전 세계가 한국의 분단 현실을 환기하고 평화를 위해 뜻을 모으는 시간으로 이끌 것입니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주교는 “특히 올해 일치 주간 기도가 남북통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벽을 허물고 일치와 화합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도문 제작은 한국의 그리스도교 일치 운동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도 의미가 크다. 김주교는 지난해 12월 교황청 그리스도교일치촉진평의회 세미나에서도 한국의 일치 운동 현황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도 세계 각 교회 대표들은 그동안 잘 몰랐던 한국 교회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며, 활동 내용에 큰 격려를 전했다고. 김주교는 지난해부터 일치평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일치 운동을 세계 교회에 알리는데 힘을 실어왔다.
‘교회 일치’(Ecumenical Movement 또는 Ecumenism)는 가톨릭교회와 갈라진 교회들이 같은 신앙을 고백하면서 그리스도께서 세운 ‘하나의 교회’를 재건하는 모든 노력을 의미한다. 한국의 일치 운동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직후인 1968년부터 시작됐지만, 그 역사에 비해 의식 개선이나 활동 폭은 좁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공동기도회 등의 행사 또한 대부분 서울 지역 등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다.
김주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 교회의 위상과 세계 교회가 바라보는 위상에는 차이가 있다”며 “안으로는 일치 운동의 의미와 필요성, 구체적인 참여를 더욱 독려하고, 밖으로는 더욱 많은 성직자들이 교황청과 세계교회협의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한국 교회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주교는 한국의 일치 운동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가장 큰 원인으로 “내적으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강조한 일치 운동의 의미와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고, 외적으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많은 교파의 형성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유럽 교회에서 펼쳐지는 일치 운동에는 가톨릭과 정교회, 루터교, 감리교 등이 주된 교회로 활동하지만 한국에서는 참여하는 교파만 200여 개가 넘는다.
하지만 일치 운동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야 할 우리의 소명이다. 김주교도 일치 운동은 선교 사명의 본질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김주교는 일치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호 신뢰 구축이 최우선 과제라고 역설한다.
“교리의 일치 등을 논하기 이전에 서로 인간관계를 형성해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화가 주된 것은 아니지만 일치의 본질에 들어가기 위한 징검다리 과정으로 필수적입니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 진솔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면, 그 이후에 옳고 그름도 논할 수 있고 더욱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의 일치 운동 역사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하면서 신뢰를 쌓고 자연스럽게 일치를 구축해온 여정이었다.
김주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큰 화두도 이 시대의 징표를 읽어, 그 해결에 투신하는 것”이라며 “교리에 대한 논쟁이 우선이 아니라 대중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문제 해결에 힘을 모을 때 일치 운동은 더욱 효과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경제 위기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전쟁 등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주교는 우리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발하는 갈등과 대립 등을 해결하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의 적극적인 연대와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세계 경제 위기는 물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서로 자신을 열고 내어놓는 관계 형성이 우선입니다.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호 존중’의 틀이 깨어지면 분쟁이 일어나고 각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윤리와 도덕, 선을 저버리게 됩니다. 때문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대화가 우선돼야 합니다.”
김주교는 대화는 설득이나 강요가 아니라 동등한 인간관계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서로 대화하고 일하다 보면 같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정체성을 더욱 쉽게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치 운동은 인류의 평화를 위해 더욱 중요한 활동으로 대두된다.
아울러 김주교는 이러한 일치 노력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각 교단 지도자들의 공감대 형성과 신뢰 구축을 꾸준히 이뤄왔습니다. 하지만 일치 운동을 지방에까지 확산하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 전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일치의 의미와 필요성을 알고 느낄 수 있도록 특별히 교육 지원에 힘쓸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는 일치 운동의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교육 자료를 제작, 배포하고 있다. 우선 일치 운동 관련 문헌을 총망라한 ‘교회 일치 문헌’ 1·2권을 각각 펴냈으며, 올해 안으로 일반 신자 교육과 신학생 교육을 위한 책자도 각각 발간 예정이다.
또 예비신자 과정에서부터 일치 운동 교육 자료를 배포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며, 각 본당 사목자들과 교리교사 등이 사용할 자료를 제공하는 방안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일치 주간을 앞두고는 레지오 마리애 회원들을 위한 교육 자료집을 배포했으며, 매일 미사책에도 묵상 자료집을 실어 교회 일치의 의미가 각 신자들에게 알려지도록 힘썼다.
“한국의 그리스도교는 외국과 비교해 월등히 많은 수의 교파를 형성하고 있어, 우리 상황에 적절한 활동 방향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일치 운동을 더욱 활발히 발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세계 교회에도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영성적 친교’를 더욱 강화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 김희중 주교는
현재 광주대교구 총대리로서 2005년부터 한국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한국 주교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2월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위원으로 임명됐으며, 2007년부터는 최기산 주교에 이어 타종교인들과의 상호 이해와 대화를 위한 기구인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위원으로도 임명된 바 있다. 1975년 사제품을, 2003년 주교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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