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난 그 벽을 넘어서 저 하늘을 높이 날 수 있어요.”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는 아내의 권유 아닌 권유에 밀려 집에서 텔레비전이 사라진 후부터 좀체 TV를 접할 수 없게 된 필자가 간혹 세간에서 떠도는 유머라도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리 가운데 하나가 식당이다.
언젠가 식당 한쪽에서 들려오는 이 노랫말이 유독 귀를 끌어당겼다.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음색으로 전율까지 느끼게 한 그 노래의 주인공은 인순이(체칠리아)씨였다. 노래가 더욱 호소력 있게 다가왔던 것은 많은 사람들과 ‘조금’ 다른 그의 외모와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아픔에 공감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폭발적인 가창력과 무대 매너로 그를 평가할 때 필자는 그의 편안한 미소를 먼저 꼽고 싶어진다.
1978년 그가 스물한 살 나이에 그룹 희자매로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를 ‘특별한 볼거리’ 정도로 보았고, 그의 노래를 듣기보다는 ‘외모와 눈물의 세월’을 동정했다. 심지어 ‘튀기’라는 말로 구분 짓고 아웃사이더로 내몰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짓고 있는 웃음이기에 더욱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그는 험난한 인생 역정을 이기고 우리 앞에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우뚝 서 있다. 30년 동안 수십 장의 앨범을 내면서도 틈틈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눈물을 나눌 줄 아는 국민가수가 되어있는 것이다.
그런 미래의 인순이가 될 수 있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인이 될 수 있는 존재가 우리 주위에 100만 명이나 된다. 바로 이주민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내에 머무는 이주민은 이미 지난 2007년 8월 24일을 기준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50만은 국제결혼 등을 통해 이 땅에 온 여성들이고 나머지는 이주노동자들이다. 이렇게 많은 이주민들이 주위에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굴절돼 있는 듯하다. 심지어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집단 취급하는 이들마저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동남아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 보다 선진국 국적의 외국인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훨씬 많다.
역사를 조금만 들춰보면 이런 이주민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단군신화에도 이주민의 존재가 등장할 만큼 이주는 인간 역사와 함께 해왔다.
쑥과 마늘만을 먹고 사람이 된 웅녀와 결혼해 단군 왕검을 낳은 환웅은 풍백, 우사, 운사와 3천여 무리를 거느리고 이 땅을 찾아온 이주민이었던 셈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강성했다는 고구려도 주몽과 그를 따르는 세력이 졸본으로 와 개국을 했으니 이주민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이주민을 받아들여 발전해왔으며, 이제 다민족·다문화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이 1만명 이상 거주하는 지역이 전체 232개 자치구 가운데 22개에 달하며 인구 대비 외국인 주민이 5% 이상인 곳도 11개에 이른다.
유엔 연구 결과는, 한국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50년까지 이민자 1159만 명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때가 되면 이민자와 자녀 숫자가 전체 인구 가운데 21.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역사에서 보았듯이 다문화 사회가 국가와 개인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될지는 우리가 하기에 달려있다. 우리의 열린 마음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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