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길을 그에게 배우고 그의 길을 따라가자” (이사 2, 3)
사람이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고 사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어린 시절 소꿉장난을 할 때도 신부님 행세를 하며 사제직을 꿈꾸던 한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겨우 사제로 살아가는 모습을 봐도 그렇다.
신학교의 문턱을 넘기 위한 두 번의 낙방이 그 사실을 실감케 했고, 유혹거리를 찾아다니던 방황의 시절은 하나의 목표를 향한 일편단심의 길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지금도 직분에 맞갖은 온전한 사제의 길을 걷는다고 하기에는 부끄러움이 많다.
부제 시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좋은 성경구절을 골라놓고 사목모토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성경과 성무일도서 곳곳에서 심금을 울리는 말씀들을 접한 끝에 결정적으로 내게 다가온 문구가 바로 이사야서의 말씀이었다.
‘사는 길을 그에게 배우고 그의 길을 따라가자’(이사 2, 3)는 말씀이 성무일도 중 뜨겁게 다가왔다. 그리고 서슴없이 이 말씀을 사목모토로 정했다.
“그래, 이거다. 사제의 삶이란 끊임없이 주님께 배우고, 그분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내가 배운 지식과 경험, 의지에 따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분께서 당신의 길을 나에게 가르쳐 주시는 대로, 그분의 제자로서 그분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 바로 사제다”
사제의 길을 걸어오면서, 무엇이 먼저인가를 잊고 지낼 때가 많았다. 때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때로는 뻔뻔스런 고집 때문에, 알량한 나의 능력과 힘만을 의지하며 하느님의 뜻과 가르침을 헤아리지 못한 채 더디게 움직이며 살아왔다.
이번 기회를 통해 완전한 사제로 살아가고자 했던 첫 마음을 회복하고, 죽는 날까지 나의 주인이신 주님께 살아가는 길을 배우고 싶다. 또 겸허한 마음으로 그분의 말씀과 행동을 따를 수 있는 은총을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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