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래부터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한 이는 맹자다. 반대로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악하다는 것이다. 맹자가 성선설을 주장한 근거는 ‘하늘’이다.
인간 성품은 절대적이고 윤리적 존재인 하늘로부터 온 것이기에 본래부터 선하다. 그 예로 측은지심, 동병상련과 같은 인간 심성을 든다. 본래부터 선한 마음을 보전하고 키우기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
그러나 순자에게 하늘은 그저 자연일뿐이다. 투쟁을 좋아하고 시기, 질투, 이기적인 성품은 모두 인간본성의 악함을 대변해준다. 이런 악한 성품은 교육을 통해서 순화되고 선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선설과 성악설을 두고 어느 한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정반대 이론은 더더욱 아니다. 맹자와 순자 모두 교육과 예(禮)를 중시하였으나, 그 이유와 근거에 대해서 견해를 달리할 뿐이다.
인간 본성은 원래 선한데 세상을 살면서 온갖 사악한 것에 물들기 쉬우니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고 ‘예’를 배워 그런 악함에 물들지 말자는 것이 성선설이라면, 성악설은 인간 본성은 동물의 본능과도 같이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고 하는 악한 것이니 인간의 ‘예’를 배워서 올바른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론이다. 출발점과 방향은 달라도 그 끝은 하나다.
대구에 ‘달성지역 어린이센터’라는 곳이 있다. 동용국-이은희씨 가족이 오갈 곳 없고 보호받을 데 없는 청소년들을 거두어 함께 사는 곳이다.
30명 가까운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려면 어지간한 살림이라도 배겨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살림살이를 10년 넘게 꾸려오고 있다.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곳에선 매일 기적이 일어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온 식구가 먹을 양식이 떨어져 망연자실해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대문 바깥엔 제과점 차량이 타어어가 펑크난 채 서 있었다.
운전자는 대뜸 “행사장에 가던 차가 펑크가 났다. 그런데 여기가 복지시설 맞느냐”고 물었다. “맞다”고 하자 그는 “갑자기 내린 비로 행사가 취소됐다”며 물건들을 모두 주고 가겠다고 했다. 그날 아이들은 피자 서른 판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대구역 맞은편 무료급식소 ‘요셉의 집’도 한때 기적같은 일들로 이웃의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매일 아침 문 밖엔 이름없는 천사들이 가져다 놓은 배추와 무, 쌀 등 갖가지 채소와 식량들이 그득했다. 무료자선병원 요셉의원은 지난해 선우경식 원장 선종 후 많은 이들이 병원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소액 기부자와 봉사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무료자선병원은 존재 그 자체로 기적이다. 그뿐인가. 꽃동네, 들꽃마을, 오순절 평화의 마을…. 함께 나누고 베풀며 더불어 살아가는 선한 마음들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개신교 신자인 동용국씨는 어린이센터가 유지 운영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가득찬 ‘좋은 기운’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신자들의 거부감을 염두에 둔 말이겠지만, 무엇으로 표현한들 어떠랴.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좋은 기운’은 곧 ‘선한 기운’이다. 이처럼 좋은 기운은 어디서 오는가. 선의 원천은 어디인가. 선함은 선 자체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온다.
우리로선 엄두도 못낼 선하고 좋은 일을 하는 이들이 늘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바로 그런 삶과 상대방을 통해서 오히려 배우고 감사하다는 것이다. 체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보상, 그것 역시 하느님만이 가능한 일이다.
부디 이 땅에 좋은 기운, 선한 기운이 더욱 넘쳐나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나는 ‘성선설’을 믿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