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달의 마지막 주일은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 안에서 세계 곳곳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형제들을 위해 기도와 함께 사랑을 실천하는 해외원조주일이다. 이 날은 그리스도께서 몸소 보여주신 사랑을 통해 전쟁과 질병, 가난, 굶주림 등으로 고통 받는 형제들과 연대의 뜻을 다지는 날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시기는 물론 초대 교회 때부터 해외 교회의 도움으로 성장해 온 한국 교회가 ‘받는 교회’의 모습에서 ‘주는 교회’로의 면모를 지니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지난 1975년 2월 ‘한국외방선교회’를 설립함으로써 나라 밖 가난한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시작한 것을 필두로 1993년부터 매년 이 때를 나라 밖의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고 돕는 날로 정해 본격적인 해외원조에 나섬으로써 정신적인 나눔과 함께 물질적 영역까지 아우르는 모든 면에서 온전히 나누는 교회의 위상을 갖춰나가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보고에 따르면 최근 식량 위기의 결과로 하루 2달러 미만 수입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의 수가 1억 명 가량 늘어났으며, 이 중 3500만 명이 어린 아동이고, 1000만 명의 5세 이하 아동 중 35%는 굶주림으로 꿈도 키워보지 못하고 죽어간다.
이런 비인간적인 현실 속에서 지난 5년간 굶주림으로 죽은 사람이 150년간 전쟁 등의 다툼으로 죽은 사람보다 많은 상황이 교회의 나눔이 국경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는 필요성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교회의 나눔은 단순히 물질적인 재화의 재분배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연대의식의 전 세계적인 공유를 의미한다. 이런 나눔을 통해 인류의 정신과 삶을 그리스도적인 것으로 이어지도록 이끄는 게 신자들이 부여받는 십자가라 할 수 있다.
새해와 더불어 맞이하는 해외원조주일은 ‘가난한 라자로도 부자와 같은 식탁에 앉을 수 있는 인간 공동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민족들의 발전 47항)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인류가 한가족이 되기까지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 나가야 할 소명을 일깨워준다.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사랑과 나눔 실천에 신앙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그리스도인은 없다. 다만, 주위의 어려운 이웃도 돌보지 못하면서 무슨 해외원조냐는 지적은 아직도 여전하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하느님 자녀로서 한 형제이기에 가까이 있건, 멀리 있건 도와야 한다는 것이 복음적 형제애이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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