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은 성 바오로 사도 개종 축일이다. 설(26일)을 하루 앞두고 맞는 올해 바오로 사도 개종 축일은 특히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기축년(己丑年) 새해 새 출발선에 선, ‘지금 여기’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시대 정신이 바오로 사도의 영성이기 때문이다.
바오로 사도의 대업(大業)은 ‘회심’으로 시작한다. 철저한 유대인으로서 그리스도교를 박해했던 바오로 사도는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하느님의 빛을 받은 뒤 눈이 멀었고, 마침내는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다시 보게’ 된다(사도 9, 1~18 참조).
이것이 바오로 사도의 회심이다. 회심 이후 바오로 사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가던 길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그가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선포”(사도 9, 20)한다.
나만 ‘옳고’ 너는 ‘그르다’는 외침만 들리는, 그래서 서로의 활기를 앗아가는 요즘 한국 사회에 이러한 바오로 사도의 회심은 참 나침반이 될 수 있다. 변화를 요청하는 한국사회에서 회심이야 말로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심은 우선 내적 변화다. 나, 우리, 사회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회심은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그러한 넘어감(변화)이 아니다. 가톨릭 영성의 입장에서 볼 때 변화는 의지 그 자체다. 특히 이미 실현된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사고방식이며 새로운 방향에 마음을 두는 방식을 가리킨다.
회심은 또한 외적으로 ‘드높은 선(善)의 달콤함을 맛보도록’(아빌라의 성녀 데레사)한다. 가톨릭 영성은 지금까지 옳다고 생각하며 추구하던 것들을 버리고 회심하면, 더 높은 것들이 보인다고 말한다. 탐욕을 부추기는 유혹에 저항할 수 있게 하고, 생생하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게 한다. 한국사회에 회심의 영성이 필요한 이유다.
영적인 깨어있음, 곧 회심은 고해성사만이 아니라 양심의 순결과 생활의 단련을 위한 개인적 노력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죄는 항상 사악한 의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나약함에서 나온다. 따라서 올바른 것을 바라보고 걷겠다는 강한 의지의 회심이 필요하다.
보이지는 않지만 앞에는 낭떠러지가 있다. 앞선 사람을 밀어 낭떠러지로 몰아서는 안된다. 가던 길을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 돌아서야 한다. 바오로 사도 개종 축일은 우리 모두에게 회심을 요청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