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과 소속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복지와 환경>, <복지와 영성>이란 과목을 여러 해 동안 가르치다보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고 정도 들게 되었다.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하여 서로 낯설지만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친숙해진다. 그러면 학생들의 장래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어느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지 않은 사람도 없다.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약해보이는 학생도 개인적으로 만나서 대화해보면 자신의 삶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과 계획을 안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가난하고 소외되었거나 지체나 정신에 장애를 안고 있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투신하고자 하는 열망을 안고 있다. 내면에 이러한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대부분 성실하고 착하며 똑똑하다. 그러다보니 이들과 함께 있으면 그 성품이 필자에게도 묻어와서 기쁨과 활기를 갖게 되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러한 연유로 필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복지사들의 복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사회복지사들이 클라이언트(client, 학생들은 대상자들을 이 칭호로 부르기를 좋아한다)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수 있다면 클라이언트들이 행복할 것은 물론 자신들도 보람과 기쁨을 느낄 것이다. 그렇게 하자면 자신을 위한 걱정거리들로부터는 가능한 대로 멀리 벗어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걱정거리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는가? 이것이 가능하도록 간절히 돕고 싶은 것이 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필자의 소망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이들에게 자신을 잘 챙기고 자신의 삶에 성실하자는 얘기를 다양한 각도로 수없이 호소한다. 1, 2학기 합쳐서 주당3시간x학기당16주x2=96시간을 강의하기 때문에 같은 얘기를 다양하게 충분히 반복하여 머리에 각인시킨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므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아무리 바빠도 운동을 반드시 하여 몸을 튼튼하고 민첩하게 유지하자. 시간을 잘 관리하여 좋은 책을 두루두루 읽자. 전공지식은 확실하게 익히자.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을 익히자. 불필요한 만남과 소유, 오락들을 줄여서 단순?명료하고 깊게 살자. 기도생활로 하느님과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자. 적은 소비로도 풍부하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몸과 마음에 익혀서 돈에 휘둘리지 말자. 대상자의 인간적 품위를 존중하자. 언젠가는 우리 자신도 후배 사회복지사의 대상자가 될 것이므로 겸손하자. 그러면 대상자들을 따뜻하고 친절한 미소로 대할 수 있는 힘을 오랫동안 유지하게 된다.”
여기에 다 나열할 수 없는 많은 말들로 이들이 잘 준비된 사회복지사로 성장하도록 필자 나름대로 열과 성을 기울인다. 말로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기에 때로는 사랑을 담은 구체적인 행동을 동원하기도 한다. 어느 한 사람에게도 소홀히 하면 편애하는 일이 되어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므로 모두에게 똑같이 해야 한다. 밥을 사주려면 모두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고, 네 잎 클로버를 찾아주려면 순서대로 하나씩 주어 결국 모두에게 다 줄 수 있도록 시간이 나는 대로 클로버 밭을 뒤져야 한다. 발표 수업이나 야외 수업을 할 때는 가능한 대로 많은 학생들에게 눈길을 주고 말을 걸어야 한다. 강의 내용의 충실성에 대해서는 여기에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보면 2학기가 진행되는 동안에 학생들이 많이 성숙하고 내적으로 튼실해지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 정이 들어 이별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힘들어하게 된다. 지난 연말에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정든 학생들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요즘에는 간간히 전화로 곧 있을 1급 시험 준비에 충실한지 확인하면서 격려하고 있다.
이들 모두 각자 있는 곳에서 남에게도 기쁨을 주고 자신도 기쁘게 살아가는 행복한 젊은이가 되기를 다시 한 번 더 두 손 모아 하느님께 기도한다. 지금 필자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느님께 부탁드리는 것뿐이다. 한편 새 학기에 만날 새로운 학생들을 위해 강의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마음이 설레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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