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중에 만난 수녀님께 어린 조카가 수녀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던 말을 전했다. 어떻게 수녀님이 돈 없는 본당이라고 오지 않을 수 있느냐는 섣부른 말도 내뱉었다. 자신과 관계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수녀님은 몇번이나 사과를 하셨다.
또 다른 수녀님의 한숨을 들었다. 휴대폰이 잘 안 들려 ‘이게 왜 이러지?’라는 혼잣말을 했는데, 옆에 있던 신자가 “휴대폰 새것으로 사달라는 말씀이세요?”라며 발끈했다고. 이후 신자들 앞에서는 같은 말도 한두번 더 생각해보고 한단다.
이번 달 커버스토리 ‘수도자들의 3苦 시대’ 취재를 위해 만난 수십명의 수도자들은 한결같이 ‘수도자들의 회개’를 강조했다. 이젠 문제점 진단이나 제기는 그만해도 된다고. 단지 수도자답게 고민하고 풀어갈 과제만 실천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갑자기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한마디가 떠올랐다. ‘이중 잣대’. “나는 ‘바담 풍(風)’ 해도 너는 바람 풍하라”는. 당신은 수도자니까 나보다 더 잘 살아야 하고, 더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끊임없는 강요와 이기적인 평신도의 모습이 묻어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기자의 말을 들은 한 수도자는 너무나 당연한듯 “우리는 기본적인 모습에 플러스 알파를 붙여 더 잘 살아야 하는 것이 맞다”고 힘줘 말했다. ‘같은 그리스도인’이지만 자신들이 먼저, 또 깊이 복음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기자가 보낸 질문지를 보고 우리가 그렇게 잘못 살아왔나 싶어 놀라고 슬펐다고 밝힌 한 수도자의 이메일이 떠올랐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잣대와 틀에 맞춰 수도자들을 바라볼까 봐 실망하는 기색이 묻어 난 글이었다.
역사적, 사회적 도전에 응답하기 위해 수도자가 또 수도회가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 안에서 늘 먼저 사랑하고, 먼저 고민하는 수도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키우며, 지금은 모두가 회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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