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재개발을 둘러싼 문제로 또 다시 아까운 생명 여섯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재개발로 인한 이 같은 참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은 재개발이 ‘원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애초의 목적에서 벗어나 시공사와 일부 조합 간부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용산 4재개발구역의 경우만 보더라도 총분양수익에서 재개발사업비를 뺀 ‘개발 후 부동산 가치’는 7349억원(수익률 32.08%)으로 추정돼 조합원 1인당 평균 5억4000만원씩, 총 1785억원의 재개발 이익이 생기게 된다.
이에 비해 조합이 주택 세입자 456가구에게 준 이주비는 평균 1680만원, 상가 세입자 430명에게 책정한 휴업보상금은 2500만원 정도다. 수천 만원의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을 부담하고 장사를 시작한 상가 세입자들로서는 하루 아침에 삶의 기반이 사라져버리는 상황을 맞게 되는 셈이다.
특히 개발사업을 민간 사업자들이 주도하면서 자본 논리에 따라 서민이 필요로 하는 소형 아파트보다는 중대형 아파트 비율을 높이는 점도 오랜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 때문에 재개발이 이뤄진 지역에서 원주민들이 재정착하는 비율은 평균 20% 안팎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지금까지의 이러한 재개발 방식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더욱 가난해지는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
교회는 이러한 현실과 관련해 “주택의 결핍은 그 자체가 극도로 심각한 문제일 뿐더러, 그 성격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또는 단순하게 인간적이라 할 일련의 그 모든 과오들의 표지 내지는 요약”(회칙 ‘사회적 관심’ 제17항)이라고 밝히고 “창조된 재화는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제공되어야 한다”(사목헌장 제69항)고 강조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부는 재개발 상가 세입자에게 신축건물 임차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해주는 등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법 질서를 강조하고 있다. 법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가난한 세입자들이 개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지금처럼 소외된다면 사회 정의에도 맞지 않다.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교회는 교회 나름대로 부자와 가난한 이 모두에게 분배의 정의가 고루 실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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