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시작을 떠올려본다. 바로 부부로 이뤄진 한 가족의 모습이다. 아름다운 세상의 창조자 하느님은 아담과 이브를 조상으로 인류의 대를 잇게 하셨다. 그리고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이 만든 모든 피조물과 함께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며 살아가길 원하신다.
또 그러한 뜻을 실현하기 위해 핵과 같은 존재인 부부를 중심으로 윗세대와 아랫세대를 혈육으로 끈끈하게 보살피게 하신다. 한 가족 한 가족이 하느님 나라의 몸을 이루는 건강한 세포와 맑은 피가 되어 원만히 순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공동체 의식도 부여해주셨다. 하느님께서는 개개인이 서로를 보살피며 살아가도록 서로의 네트워커로서 역할을 하고 계시는 것 같다.
특히 나만의 삶이 아닌 하느님 나라 공동체를 건설하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공동체를 건강하게 이끄는 공동선행을 요구하신다. 세속화된 사회에서, 도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사회에서 하느님 나라 건설이 단지 구호에 그친다면 무엇보다 핵과 같은 가족이 상처를 입고 건강하게 살아내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든다.
열심한 신자들은 자주 자기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비전을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는 교회의 비전에 맞추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살아가는데 있어서 개개인은 늘 소극적이고 근시안이 되어 자기 자신조차 올바로 돌보기 어려운 때를 맞는다.
하느님 나라의 공동체적인 삶의 사명을 인식하며 개개인이 잘 살아낸다 해도 모자라는 부분, 없는 부분,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세계 평화가 거창한 구호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공동선이 무엇인지 일깨워주시는 아울러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도록 도와주시는 네트워커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것이 우선 과제일 듯하다.
정찬남(모니카.한국평생교육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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