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들이 교회 안팎에서 활동하는 여러 가지 장면들을 떠올려 본다. 어느 주일 오전 11시경 명동에 있는 연구실에서 무심히 밖을 내려다 보았다. 명동성당 앞 경사진 인도를 사람들이 꽉 메우고 있었다. 그러더니 어느 한 순간, 순식간에 성당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얼마 후엔 그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매우 바쁜 듯 빠져나가고 성당 주변은 금새 조용해졌다. 밀물과 썰물처럼 바쁘게 오가기만 하는 신자들이지만 그나마 일주일 중 하루라도 하느님을 찾아오니, 하느님께서도 내려다보시면서 기뻐하실까.
주일 미사 전, 성당 입구의 좁은 공간에선 평신도들이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다. 책상을 앞에 놓고 앉아있거나 띠를 두르고 서서는 다양한 홍보를 펼치고 있었다. 나도 한 단체의 홍보를 위해 그 앞에 다가섰지만 끼어들 틈이 없었다. 본당 공동체 안에서도 서로를 수용하는 모습은 부족한 듯했다. ‘믿는 자들’의 공동체 안에서도 소위 ‘끼리끼리’ 문화가 새로 성당을 찾는 이들을 무의식적으로 배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바람직한 평신도의 삶의 구현은 생각과 말과 행동 모든 것에서 하느님 중심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어떤 동기로, 누구와, 누구로부터, 교리를 학습했느냐에 따라 신앙생활의 모습이 너무나 다르게 나타난다. 그 중 부모가 신앙생활의 교사로서의 사명을 실현하는 모습은 매우 중요한 모범일 듯 싶다.
매주일 성당을 오가며, 판에 박은 듯한 일상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신앙인의 모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소명이다. ‘신앙인다운’ 모습을 위해 그 무엇보다 부모를 통해 신앙관과 교회 및 사회와 관련한 가르침을 받는 모습이 널리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주일, 성당 앞 풍경을 바라보며 떠올린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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