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한 생명을 주님과 함께
우리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가지고 오직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세상에서 고귀하고 존엄한 생명을 가지고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기에 어떤 삶을 사느냐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오늘날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중독들이라 생각한다. 중독에 빠져 삶을 살면 인간의 신체가 병들고, 정신과 영혼이 병들어 결국에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심심풀이의 도박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두 번 다시 살 수 없는 일회적인 삶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를 먹고 인생이 흘러간 뒤에야 그때 이렇게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며 많은 후회를 한다. 나도 많은 시간들을 주(主)님과 함께 살기보다는 주(酒)님과 함께 살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수없이 후회를 했다.
# 한 잔의 술이 알코올중독으로
누구든지 처음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면서 술을 마신다. 그러나 음주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술이 삶의 중심이 되고, 결국에는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과음을 하면 다음날까지 고통스럽지만 하루 정도 지나면 고통이 사라지고 평소처럼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음주습관이 반복되면 중독이 되고, 술로 인한 기억상실이 반복되면 어느 날엔가는 알코올성 치매가 되기도 한다. 술은 우리 몸과 건강을 위한 식품이 아니라, 독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내가 한 때 주임신부로 발령을 받고 새 본당에 갈 때마다 신자들은 “술을 잘 마시고 화끈한 신부가 왔다”하며 대단히 반겼다. 하지만 신자들의 그런 생각은 얼마가지 않아 비난과 조소로 바뀌기 일쑤였다. 한 잔으로 시작한 술이 어느새 신부라는 정체성마저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난곡동 성당의 본당신부 시절 어느 해 겨울에는 새벽미사를 봉헌하고 해장국 음식점에 가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 날 술에 취해 미사도 봉헌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술을 마시다보니 어느새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갈라티아 5장 19절에는 “육체의 욕망을 따라 사는 사람은 음행, 방탕, 싸움, 분노, 술주정, 흥청대며 먹고 마신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술은 인간을 비도덕적으로 만들고, 죄를 범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죽게 만든다.
# 중독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
우리는 중독자에 대해서 많은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다. 당뇨병처럼 중독이란 질병도 신분, 교육,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자라고 해서, 공부를 많이 한 박사라고 해서, 성직자라고 해서 암에 안 걸리는 것이 아니라 중독 물질이나 행위를 하다보면 누구든지 걸릴 수 있는 병이다. 알코올중독자인지 아닌지를 WHO의 알코올중독 진단테스트를 통해서 살펴보자.
① 술을 끊어야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② 술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를 비난함으로써 괴로워 한 적이 있습니까?
③ 술을 마신 후 죄책감이나 후회한 적이 있습니까?
④ 해장술을 마신 일이 있습니까?
이 중에서 하나라도 “예”라고 대답하면 이미 알코올중독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알코올중독자는 공통으로 부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독의 질병도 초기, 중기, 말기로 진행되기에 빨리 발견하여 치료를 받으면 회복도 빨라진다. 중독자들은 자신의 중독에 관한 부정에서 벗어나 치료를 받음으로써만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 오늘 하루만이라도….
우리에게는 신앙인으로서의 의무가 있다. 첫째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의무가 있다. 둘째로 자기 생명은 하느님과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기에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모든 것을 피해야 할 의무가 있다. 셋째, 자기에게 주어진 소질과 능력을 발전시켜 자기완성과 이웃을 사랑할 의무가 있다.
중독은 우리가 해야 할 이러한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신앙인은 중독 중에서도 절대로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중독에서도 하느님이 치유해주시리라는 믿음의 희망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아침에도 주님에게 다음과 같은 기도를 드렸다.
“주님, 오늘 하루만이라도 술 없이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