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보다 높은 이상이 없었다면, 쉬지 않고 일만하는 개미떼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인간은 늘 장애물이 있는 도약을 향해 발걸음을 떼는 것을 좋아한다. 극복의 정신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훌륭한 명품이다.
생의 가장 달콤한 행복은 ‘스스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고 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렇게나 책장을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은 책 한 권을 공들여 읽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앞으로 단 한 번밖에 그 책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단 한번밖에 읽지 못하는 그 책을 위하여 지금보다는 조금 후가,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에게 있어 의미 있는 시간과 날이 되어야 한다.
‘퇴보’는 우리에게 가장 모욕적인 말이다. 지금처럼 경쟁이 어깨를 짓누르는 그런 시대에, ‘도약’은 밥그릇보다 먼저 챙겨야 할 우리들의 의식이며 정신이다. 오늘의 지식이 내일의 쓰레기가 되는 혁명적 속도의 시대에, 그 의식과 정신은 우리들의 생명 무게를 웃도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약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뛰어 넘자. 타인을 뛰어 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뛰어 넘는 것이 도약이다.
도약은 개구리같이 폴짝 뛰는 일이다. 남이 보기에는 좀 우스워 보일수도 있다. 걸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미약할 수도 있다.
그러나 뛰는 것이다. 발걸음을 아직 떼지 못했다 하더라도 정신은 언제나 무장이 돼 있어야 한다. 뛰어 넘자. 자신의 한계를….
내가 어릴 때는 사람의 신분도, 경제적 차이도 분명한 시대였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처지와 그러지 못하는 처지가 나눠져 있었다.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집 아이, 머리 좋은 아이와 머리 나쁜 아이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 시절의 어른들은 늘 이런 말씀을 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 그러나 나는 이 말을 제일 싫어했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본성적으로 꿈과 이상이 있는 법인데, 꿈을 쳐다보지도 말라니…. 나는 격분했었다.
오르지 못할 나무라도 자꾸 쳐다보다 보면 오르는 방법이 보일 것이다. 쳐다보고, 쳐다보고, 또 쳐다보다 보면 바늘구멍만한 방법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탄력적인 다짐이 마음바닥부터 끓어올라 두 손바닥을 펴 침을 ‘퉤퉤’ 뱉을 것이다.
“지금부터야!” 스스로 하늘이 터져라 구령을 외칠 것이다.
그렇게 오르다보면 아마도 몇 초안에 떨어질 지 모른다. 떨어지면 생채기와 함께 피도 날 것이다. 정강이에는 숱한 흉터가 흔적을 그려 놓을 것이다. 그러나 그 흔적의 깊이가 결국은 다시 오르게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그 나무는 바로 나의 나무가 될 것이다. 쳐다보지도 못하는 그 나무를 나의 나무로 만들기 위해 상처와 아픔을 견디겠다는 의지를 갖는다면, 그것이 바로 도약이다. 그래서 도약에는 후추냄새가 난다. 목구멍에 확 불이 붙을 것 같은 매운 후추냄새가 두 손을 꽉 쥐게 만드는 것이다. 이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답고 이보다 더 향기로운 향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새해선물이나 생일선물로, 혹은 입원한 친구나 슬픈 일이 생긴 이웃에게 ‘도약’ 만큼 좋은 선물이 또 있을까. 그러나 이 선물을 주기 위해선 우리 모두 자신부터 오르지 못할 나무를 향해 뛰어 올라야 한다. 오르고 오르다 다친 흉터를 우리들 생의 자산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예수님은 ‘땀이 마치 핏방울처럼 땅에 떨어졌다(루카 22, 44)’고 하시면서 간절히 기도하셨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셨다. 극복의 정신은 바로 우리 주님 예수님의 주특기였던 것이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피 흘린 발자국을 얼마나 성실하게 따라가는가. 가라. 그 보다 더 행복하고, 그 보다 더 기쁜 축제는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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