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냉정하게 일상을 추슬러야 할 시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월 22일 12시 주일미사를 집전한 손님 신부님은 이름과 본명 소개도 없이 “나는 명동에서 살았는데 이날 이때까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구경해 보기는 처음”이라며 강론을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왜 김수환 추기경님이 그 많은 사람들을 조문객으로 끌어들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행렬의 모습에서 이념과 계층, 세대를 넘어 우리가 얼마나 사랑과 겸손에 목말라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김 추기경님께서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끝없는 사랑과 정의를 위한 용기, 자기 희생과 겸손을 몸소 실천했기에 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평생을 헌신과 낮춤의 삶을 살아오신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소식을 접하고 휑한 허전함과 슬픔으로 가슴 저려옴에 비로소 당신의 존재를 깨닫게 됩니다. 살아 생전 당신께서 쌓으신 무수한 사랑실천과 공덕을 생각할 때면 주님의 나라에 영예로이 거하실 것을 확신하지만 우린 하릴없이 세상의 잣대로 상실의 슬픔을 말합니다.
한동안 세상은 당신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런 저런 말의 향연을 벌이겠지만.
그러곤 세상의 기억에서 멀어지겠지만. 당신이 뿌린 사랑, 낮춤, 감사의 씨앗은 우리의 마음에 움을 틔우고 싹이 돋게 할 것입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것이 거북스럽지 않은 것은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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