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에서 연구 목적의 인간 배아 복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영국은 지구상에서 첫 번째로 인간 복제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국가가 됐다.
인간 배아 복제를 찬성하는 쪽은 불치병 치료를 위해 연구 목적의 인간 배아 복제는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필연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많은 불치병 환자들이 이 연구를 통해 완치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은 언뜻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 복제가 재앙일지 축복일지는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자명하게 나타난다. 호기심의 동물이자 끝없는 유혹에 약한 인간은 신이 금지한 선악과를 따먹고는 원죄로 떨어졌다. 생명공학의 분야에서도 또 다시 인간은 금단의 열매를 헛되이 꿈꿀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인간 복제의 허용을 통해 이러한 추정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오직 생명공학의 분야에서만 생명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비극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지 못하고 저지르는 수많은 악행들을 볼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낙태 건수는 대표적인 예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안에서 생명이라는 화두는 수없이 되뇌여지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숱한 생명을 말살하는데 기꺼이 나서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우리의 양심과 가치관 역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경각심을 잃어버리고 점점 무디어져가고 있다. 때로는 존엄한 생명의 문제를 다수결로 결정하려는 우매한 시도마저 있다. 일반 국민들 뿐만 아니라 우리 신자들 역시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서 어떤 자세와 인식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 많은 혼란을 느낀다.
바로 이러한 때 주교회의는 생명윤리에 대한 가르침을 연구하고 전달하기 위한 생명윤리연구회를 구성하고 최근 그 첫 모임을 가졌다. 우리는 이 연구회에 많은 기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모임 자리인 만큼 앞으로의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생명의 존엄성을 고양하고 죽음의 문화에 맞서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서 우리 신자들이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 연구하고 알려야 한다는 점에 대해 모든 참석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신학과 철학, 의학, 법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생명윤리연구회가 추후 다양하고 미묘한 생명윤리 문제들을 복음과 참된 생명 가치의 관점에서 폭넓은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그 성과가 우리 사회에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토대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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