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모처럼 동창신부들이 모여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모임을 가졌지요. 저녁식사를 하고 술잔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 속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술이 무르익을 무렵 누군가 말했습니다. 『전에 우리 신부될 때 선배 중에 어느 분인가 신부되고 10년쯤 되면 첫 고비가 온 다고 하더니 지금 내 모습이 그런 것 같다』고하더군요. 열정도 식고 재미도 없고 등등. 그런데 그게 한 신부의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10년의 고지에 오다보니 오는 길에 상처도 아픔도… 적지 않았습니다. 애꿎은 소주잔을 비우며 문득 우리 자신들이 참 목이 마르다는 사실을 공유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신부들, 어찌보면 참 걱정할 것 없이 행복한 사람들 같습니다. 먹을 것, 입을 것 때문에 한숨짓지 는 않지요. 그런 걱정없는 것들이 무슨 세상 다 산 것 같은 고민이 있겠냐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일지 모르겠습니다.
신부를 보고 대하는 시선도 예전 같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신부들도 목적지 없이 차를 몰고 단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바닷가 외딴곳에 가서 혼자 눈물짓고 한숨 쉬기도 하는 그런 병신 같은 짓들도 하지요.
모두의 마음 속에 가끔은 신부라는 자신이 싫을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고 싶지않은 사람, 의욕이 생기지 않는 일, 열심히 일한 다음 만나야하는 비난, 자신의 직분이 정말 고귀한가에 대한 의문…. 그런 것 모두 사랑으로 승화시키기엔 우린 아직 너무나 인간적인가 봅니다. 물론 우리들 삶의 아주 작은, 아주아주 작아야만 할 삶의 부분들일 겁니다.
사제생활 10주년에 부끄러운 고백을 솔직하게 해봤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 교우 여러분, 변변 찮고 어줍잖아 보여도 부족한 사제에게 더 많은 사랑과 기도를 주시지 않겠습니까? 세상물정에 약한 바보같은 사제는 하나를 받으면 전부를 바치기도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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