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북한과 중국에서는 참석자가 없어 못내 아쉬웠지만 시베리아(러시아), 중앙 아시아(카자흐스탄, 키르기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몽고의 교회 대표들이 참석한 것은 실로 기쁜 일이었다.
이들이 구소련 치하에서 혹독한 박해를 받아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교회들을 온갖 역경속에서도 일으켜 세우고 있는 이야기들은 아시아는 과연 순교자의 대륙임을 다시금 실감케 해주었다.
교회사상 아시아만큼 순교자를 많이 배출한 대륙도 없으리라.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인의 씨앗』(테르툴리아노)임을 아시아 교회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최근 아시아 교회가 다른 어느 대륙의 교회보다 높은 연 평균 4.5%로 성장하고 있는데서도 드러난다.
매일 오전과 오후에 열린 23차례의 전체회의와 13차례의 언어권별 분과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회의장에 넘쳐흐르는 친교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듦을 느꼈다. 특히 전체회의에 한번도 안거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하신 교황님은 정녕 교회 친교의 확고한 중심이심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 모든 참석자들에게 크나큰 기쁨이었다.
고령이시라 어쩔 수 없이 노쇠하신 모습을 뵙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전체 회의 시작이나 끝에 가서 때로는 재기넘치는 유머로 때로는 사려깊은 의견개진으로 참석자들을 이끌어주시던 교황님을 보면서 이분이야말로 과연 우리 교회의 든든한 반석이요 희망이심을 모든 참석자들은 새삼스레 느꼈다.
시노드가 열린지 얼마 안되던 어느날 오후 전체회의를 마친 다음 교황님께서는 시노드가 진행되는 동안 그 옛날 게쎄마니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게 된다고 하시며, 주교들은 사도들의 후계자로서 그리스도의 뜻을 식별하여 따르도록 부름받았다고 말씀하셨다. 이번 시노드가 얼마나 뜻깊은 모임인가에 대해 참석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말씀이었다.
장내가 갑자기 숙연해졌음은 물론이다. 매일같이 오찬에는 주교님들을, 만찬에는 전문위원들과 옵서버들을 몇명씩 따로 불러 함께 식사하시며 경탄을 금할 수 없을만큼 정확한 기억력으로 한사람 한사람에게 말씀을 건네시며 격려하시던 인자한 모습, 그것은 정녕 어진 목자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1987년 평신도가 주재했던 제7차 세계 주교시노드에 참석했을 때도 그랬거니와 이번 시노드에서도 주교님들의 한결같이 열린 마음, 다른 이들, 특히 평신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진지하고 개방적인 자세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교회만이 지니고 있는 자랑스런 자산이 아닐까. 교황님과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이렇게 교회의 사명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함께 걷는 것』(시노드란 말의 뜻), 이것이야말로 시노드의 요체요 교회의 원동력이 아닐까.
이제 아시아 특별 주교시노드는 막을 내렸다. 교황님께서 폐막미사 강론에서 상기시키신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아시아에서 태어나셨고 세상의 모든 백성의 구원을 위한 「씨앗」을 이 대륙에 뿌리셨다. 그 영원한 「씨앗」은 제대로 가꾸기만 하면 영원한 열매를 맺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두려워하지 말고 힘내서』(마태 14, 27)변함없는 사도적 선교열의로 그리스도인의 진리를 선포해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사명을 확고하고 열성적으로 강조하는 가운데 아시아 주교시노드는 사도행전에 덧붙일 교회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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