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고대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당신이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그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사물의 변화를 설명한 기막힌 명언이다. 그렇다. 오늘 내가 손을 담근 강물은 흘러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공기도, 바람도, 구름도, 불길도, 흐르는 것은 모두 어디론가 가고 오지 않는다. 그들은 여권도 비자도 없이 어디든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자연으로 국경이 따로 없다. 문제는 이들이 몰고 오는 오염물질에 있다.
며칠 전 열린 「동아시아의 환경 평화에 관한 국제회의」에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오염문제에 관한 집중적인 논의가 있었다. 러시아, 태국, 몽고, 일본, 캄보디아, 필리핀, 영국, 캐나다, 자카르타, 호주 등에서 참석한 회원들은 두만강, 라인강, 메콩강, 동강문제 등 주로 강을 둘러싼 국제간의 갈등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 가운데 동강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국제 하천에 속하는 것들이다.
오늘은 그 가운데 무려 6개국을 휘돌아 흐르는 메콩강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캄보디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 메콩강은 아직도 태고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흐르고 있다는데, 미국 템플대학의 구옌 티 디우씨의 발표에 따르면, 1975년부터 시작된 메콩강 개발 프로젝트에 따라 이곳에는 개발의 붐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이로 인해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중국,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6개국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반목과 갈등이 심하게 표출되고 있고, 더불어 강을 끼고 사는 지역주민들의 생태환경문제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형편이란다.
개발이란 인간이 경제적 가치라는 미명하에 자연에 가하는 파괴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강을 개발하면 단기적으로는 인접지역들은 형편이 나아질게 틀림없다. 그러나 산업이 발달하고 공장가동이 활성화되면 거기서 뿜어내는 매연과 오수, 산업폐기물 등의 환경부작용은 미개발에 따른 가난 이라는 피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메콩강 유역의 개발이 불러올 동남아시아 지역의 생태계 파괴는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회의 마지막날 어둠이 짙어질 무렵 소낙비가 시원스레 쏟아졌다. 박경리 선생이 세운 「토지문화관」에서 맞는 소낙비는 도시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갑작스런 소낙비는 우리 일행에게 뭔지 모를 서광의 빛을 던져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나기 한 줄기조차 인간은 함부로 만들어 내거나 소유할 수 없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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