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소원이 여러차례 반복해 나온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오,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백범은 48년 4월 19일 수행원 몇 사람과 함께 사실상 단신으로 38선을 넘었다.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라면 38선을 베고 쓰러지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평양을 찾았다. 그로부터 52년 후 김대중 대통령은 130명의 수행원, 50명의 수행기자와 함께 비행기편으로 평양에 내렸다.
애틋한 기원 담은 기도
백범이 청년 김일성과 민족문제를 논의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지만, 김대통령은 그로부터 52년 후 아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전쟁의 공포로부터 7000만 민족을 구출하는 단서가 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백범이 비운의 민족지도자라면 김대통령은 불운을 스스로 극복해내는 지도자라고 말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분단의 현실을 어떻게든 극복하려 했던 집념을 불태운 점에서 반세기를 넘어 비교가 된다.
김대중(토마스 모어) 대통령은 평양방문 당시 식사하기 전 성호긋기를 잊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도 세종로 주임신부의 미사집전으로 마음을 달래고 기도를 부탁했다고 한다. 거기에는 의례적인 기도가 아니라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애틋한 기원이 담겨져 있었을 것이다.
북한처럼 신앙생활을 활발하게 할 수 없는 교회를 가르켜 침묵의 교회라고 부르지 않는가! 그래서 비록 김대통령의 개인적인 신앙행위라고 해도 성호를 긋는 모습은 감동적일 수 밖에 없다.
종교란 무엇인가? 북한 사회에서 종교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종교는 이념의 벽을 무너뜨리고 증오를 화해로 바꾸는 위대한 섭리를 갖고 있다.
평양에도 교회가 있고 성당도 있다. 그러나 한때 한반도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던 평양은 지금 찬송가 소리가 조용하다고 전한다.
6.25전쟁 때도 150명의 가톨릭 성직자가 희생됐고, 교황사절 번 주교와 덕원교구의 사우에드 주교 등 25명이 북에 붙들려 갔다가 되돌아 왔다.
당시 납북됐던 독일의 남신부에 따르면 54년까지 구상시인의 형님인 가브리엘 신부와 홍주교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북쪽의 성당을 방문했던 성직자들은 현재 만여명의 신자들이 성직자 없이 지하에서 신앙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머지않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평양을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신앙인만이 아니라 7000만 남북동포에게 얼마나 큰 축복이며 은총인가!
이미 가슴벅찬 감동과 작은 기적들이 남과 북에서, 6월에 이어 7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50년 이상 갈라져 살아온 피붙이와 혈육의 정을 나누는 가슴벅찬 일이 8.15 이산가족 교환방문으로 실현될텐데….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문제가 본격적인 해결의 길로 접어들면서 상호간 100명의 남북 이산가족들이 남북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하나되게 하소서
지난 번 합의정신을 바탕으로 9월초로 예정된 적십자 본회담에서 면회소 설치, 생사확인, 서신교환 등의 조치가 빠른 시일에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될 것을 고대하면서….
남북이산가족 교환방문과 같은 만남은 사실상의 통일상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백범이 그토록 간절히 소원한 완전한 자주독립의 문을 여는 첫걸음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남북이 단계적으로 맺힌 매듭을 풀고 쌓인 한을 풀어갈 때 통일과 한민족의 진정한 화해와 자주독립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교황님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무렵 특별성명을 통해 남북은 모든 인류에게 환희에 찬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남북의 화해가 인류에게 환희에 찬 희망을 안겨줄 날도 머지 않았다.
교황님의 평양방문이 종교가 서로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어 화해하는 길을 보여주리라 기대하면서, 6.25때 모두들 분단의 현장에서 하나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지 않았는가!
침묵의 교회가 문을 열고 사랑과 용서로 서로 감싸는 종교의 교류가 통일의 디딤돌이 되길 우리 모두 성호를 긋는 마음으로 기구한다면 우리 주 하느님은 틀림없이 응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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