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조 주교의 제3대 부산교구장 착좌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그러나, 부산같이 큰 교구에 교구장이 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리 축하받을 일이 못되는 지도 모른다.
정주교의 말대로, 진급한 군인에게 『진급을 축하합니다』라고 말하면 듣는 이도 말하는 이도 그냥 말 그대로 기쁜데, 교회의 교구장이 돼서 들어보니 말하는 이가 『좀 안됐다』는 느낌을 가지고 말하는 듯 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 수도 있겠다. 540만이나 사는 지역에 신자는 불과 35만, 그것도 주일미사에 참석조차 안하는 이가 3/4이 넘는 현실. 복음화나 주일미사 참석률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밑도는 곳.
큰 교구이기는 해도 본당은 91개 뿐이요, 인구 30만이 넘는 곳에 성당이 하나뿐인 지역도 있는 교구. 새로 짓지 않으면 안되는 성당은 줄줄이 이어져 있는데, 실직자 비율은 전국적으로 최고인 대도시가 중심 사목지역인 현실. 세속적인 눈으로 본다면 안됐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목표어 「그대로 제게 이루어 지소서」대로 순종하는 삶을 살아온 정주교와 그 깃발 아래서 순명하며 생활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은 모든 일을 잘되게 해주실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순명정신 이외에도 군대에서 사병들에게 정성을 쏟으시던 그 마음 그대로 부산교구에서도 소외된 이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쏟는 가난한 마음, 공.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정신, 금전에 투명함, 또 청소년에 대해 지극한 정성을 쏟는 정주교에게 하느님은 필요한 은총을 풍성하게 주실 것이라 믿는다. 인간적으로도 정주교는 대단한 분이다. 그분의 착좌식에서 정계, 관계, 군, 경제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이들이 대거 그분께 인사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각계 각층에서 중요 인물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왔고, 또 부산 지역의 수많은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모습을 보면, 평소 대인관계의 폭이 얼마나 넓었던가가 연상되면서 새 임지에서도 역시 큰 일을 할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같은 모습의 새 교구장을 보고 우리는 부산교구의 밝은 미래를 본다. 전례력으로 새로운 천년기를 불과 석달 앞두고 하느님께서 부산교구에 보내주신 새 교구장은 곧 맞을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사목활동을 펴실 것이다. 부산교구가 2000년대에 더욱 활짝 개화되기를 기대하며 정명조 주교와 교구 사제단, 수도자, 교구민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언제까지나 가득 내리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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