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1일. 한일 양국이 공동 개최하는 월드컵 개막식이 서울에서 열리는 날이다. 비록 개막식은 우리나라에서, 폐막식은 일본에서 갖게돼 어떻게 보면 솔직히 반쪽 대회가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지구촌의 대 향연이 한일양국의 공동으로 개최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하느님의 큰 섭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다. 따라서 월드컵 공동개최가 영원한 맞수, 양국민이 서로 화합하는 계기가 되고 둥근 공을 매개로 양국민이 둥글게 둥글게 서로 사랑하며 부정할 수 없는 이웃의 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기회가 되길 바라고 싶다. 월드컵 개최 기간 동안 각국의 선수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외국인들이 그 향연을 보러 찾아 올 것이기에 그간 정이 좀 없었다 하더라도 정이 있는 것처럼 보여 줄 수도 있고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아예 두 국민간에 정이 흠뻑 들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그러나 월드컵을 공동으로 개최하는 두 나라치고는 요즘 돌아가는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 솔직히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한 당사자인 일본의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잘못된 역사가 있었다면 솔직히 시인하고 뭐가 문제인지를 개선하려는 태도여야 함에도 일본은 그릇된 역사를 국민들에게 가르치며 오히려 주권침해니 내정간섭이니 하는 말로 역사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우리나라나 중국이 역사 교과서의 일본과 관련된 부분을 왜곡 수록한 뒤 이를 국민의 기본 교육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면 일본으로서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까?
문제는 자신들만의 문제라면 관심을 둘 필요가 없으나 인근국가에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일본이 그 사실을 숨기려 하고 오히려 도움을 주었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이건 분명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용납해서도 안된다.
교과서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시킨다는 것은 그들의 만행과 잘못을 정당화하는 것이며 남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야할 의무를 지닌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자격을 상실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독일의 경우, 부정적 과거를 용기있게 시인하고 미래를 통해 과거로부터의 생산적인 교훈을 끌어 냄으로서 인근 국가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오지 않았는가. 진정한 반성과 참회의 바탕 위에서만이 새로운 미래를 위한 약속이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가슴아픈 일은 일본의 태도로 보아 우리의 요청으로 교과서 몇 군데에 국한된 내용의 오류를 수정한다고 해서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점이다. 일본사회 전반에 뭔가 잘못된 역사인식이 흐르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근본 생각이 바뀌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 시정을 요구하면 시정하는 듯 한 흉내를 내다가 다시 반복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참으로 일본이 안타까울 뿐이다.
잘못된 역사관을 바꾸지 않은 채 부분적인 수정만을 가한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는 격이다. 허위로 가득찬 위험한 교과서를 토대로 국민이 교육되어 진다면 그 교육을 받고 성장한 일본 국민이야말로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로 전락할수 도 있고, 결국 국제적인 고립의 길을 면치 못할 것이 분명하다. 「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우익 편향적 학자들이 만드는 교과서라고 하지만 우리는 결코 그들의 이해 못할 행동을 그냥 덮어 둘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잘못을 용기 있게 시인함으로서 국제사회로부터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기를 진정 바라고 싶다. 가해자 일본이 과거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반성하며 두 번 다시 그러한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는 결의와 노력이 있을 때, 아시아 각국과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지금의 일본이라는 나라가 대처하고 있는 교과서 문제는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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