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신문사의 논설위원이 다른 신문사의 사설 일부분을 슬쩍 베껴 썼다가 들통이나 언론계를 떠난 사건이 있었다. 이 논설위원은 화염병 시위를 비판하는 사설을 작성하면서 온라인 자료실에서 따온 남의 신문 사설 일부를 약간 손질해 썼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지만,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남의 지적재산을 훔쳐 쓴 행위나 다름없다.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긴 셈이다.
이에 앞서 다른 신문사의 한 부장은 자신이 전에 근무하던 신문사의 온라인 게시판에 경영진을 비난하는 익명의 메시지를 띄워 놓았다가 적발돼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사이버 공간의 특징인 익명성의 뒤에 숨어 타인을 비방하는 행위는 결코 해서는 안되는 비열한 짓이다. 공정성과 윤리성을 목숨처럼 귀하게 여겨야 하는 언론인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들 두 언론인의 갑작스러운 추락을 지켜보면서 놀라움과 함께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쩌다가 그렇게 경솔한 행동을 하게 됐는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골치 아프게 생각할 것 없이 편하게 살겠다는 안이한 마음가짐, 아무도 나를 몰라볼 것이라는 착각 등이 순간적으로 이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는지도 모른다.
한편 곰곰이 따져보면 이 같은 일들은 충분히 예견돼온 것이다. 언론인들을 상대로 한 전문화 교육이 거의 전무한 사실에 비추어볼 때 시간문제로 여겨지던 일이었다.
특히 우리사회에는 정보기술(IT)의 눈부신 발전속도에 걸 맞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윤리교육이 부재하다. 인터넷 이용인구가 2000만을 넘어섰다는 이 나라에 IT발달에 상응하는 윤리, 법률교육이 뒤따르지 못한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수많은 범법자가 나오게 돼 있음을 뜻한다. 특히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청소년들은 부지불식간에 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각급 교육기관에서도 인터넷 이용과 관련한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보다 일찍 사이버 윤리에 눈을 뜬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표절사건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올해 초 아사히신문 기자가 다른 신문사의 기사를 표절했다가 적발돼 즉시 해고된 사건이 있었다. 3월말 도쿄에서 열린 일본신문협회 주최 국제세미나에 연사로 나온 아시히신문의 한 간부는 『아사히 신문이 전국지였기 때문에 (당시의) 표절사건이 쉽게 탄로난 것』이라며 『드러나지 않은 다른 신문사의 표절사건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언론인 재교육 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나는 성경에 「10계명」이 있다는 것을 알기 훨씬 전 부친으로부터 「주자(朱子) 10회훈(悔訓)」을 배웠다. 되새겨 볼수록 구구절절이 옳은 얘기다.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 뉘우친다. 가족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으면 멀어진 후에 후회한다. 젊어서 부지런하게 배우지 않으면 늙은 뒤 후회한다. 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후에 후회한다. 풍족할 때 아껴쓰지 않으면 가난해진 뒤 후회한다…』
만일 주자가 우리와 함께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계명들을 추가했을 지 모른다.
『사이버 상에서 남의 글을 훔치면 들통난 후에 후회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욕설을 해대면 적발된 후에 후회한다. 허락없이 남의 공간에 들어가면 붙잡힌 후에 후회한다. 공짜라고 음란 사이트에 탐닉하면 중독증에 걸리고 난 후 후회한다…』
나는 「주자 10회훈」을 가훈(家訓)처럼 여기며 살고 있다. 정직하고 열심히 살라는 것 말고는 변변한 가훈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보다 더 좋은 가훈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온라인 10계명」을 알게 됐다. 「인터넷 에티켓(네티켓)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버지니아 쉬아(Virginia Shea)가 만든 10계명은 이렇다.
『첫째, 인간(상대방)을 존중하라. 둘째, 사이버 세계에서도 현실 세계에서의 행동규범을 따르라. 셋째, 자신의 위치를 알라. 넷째, 다른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라. 다섯째,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라. 여섯째, 전문지식은 다른 사람과 나누어라. 일곱째, 감정을 자제하라. 여덟째,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라. 아홉째, 권한을 남용하지 말라. 열째, 다른 사람의 실수를 용서하라』
주님의 10계명에 주자의 10회훈, 여기에 버지니아 쉬아의 10계명을 합친 30가지 지침은 우리나라가 후기 산업사회에서 선진 정보화 사회로 어지러울 정도로 발전을 거듭해온 지난 수십년 동안 나의 앞길을 밝혀주고 있는 등불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주님의 10계명은 어느 지역,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두루 통용되고 지켜져야 할 '모든 계명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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