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여름
지리산의 어느 계곡에서
한밤중의 폭우로, 곤두선 계곡물로
졸지에 일가족 모두를 잃은 당신
다섯 살짜리 아들, 일곱 살짜리 딸
그리고 한창 시절의 아내를 잃고
그만 외톨이가 되고 만 당신
그 지옥 같은 칠흑의 어둠 속을 광란하는
천둥 번개 속에서 한 순간 비명을 지르며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당신의 가족
그 거짓말 같은 기억이
당신의 뇌리에 천근만근의 고문으로
매달려 있음을 압니다
한시 반시도 당신에게서 떠나지 않을
그 악몽의 잔영들
하루 스물네 시간, 매일매일
수없이 퍼내어도 마르지 않을
당신의 눈물샘과 회한
팔을 뻗으면 잡힐 듯한
멀지 않은 어제의 그 단란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텅 빈 보금자리
거실과 방들이며 주방에서
묻어나는 체취와 어른거리는 모습이며
들리는 듯한 목소리가 너무도 허망하여
당신은 끝내 집에도 못 들어가고
마냥 친척 집들을 전전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엔 산을 오르며
당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서로 알지 못하는 당신이지만
당신 생각에 눈물이 있습니다
어떻게 살까, 어찌 살 수 있을까…
하염없는 당신 걱정에
산을 오르고 내리며 줄곧
당신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당신을 위해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평생 겹겹의 슬픔을 끌어안고 살 당신
그러나 그 슬픔 속에서도
부디 용기를 내시고
희망의 빛을 추구하십시오
어느 모르는 곳에서라도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당신이 혹 어느 순간
먹장의 슬픔 속에서 용솟음하는
새로운 용기와 희망의 빛을 느끼시게 되면
어느 모르는 사람들의 기도가
저 하늘의 별빛 속에 있었음을
깨달으십시오
당신 슬픔의 맑고 뜨거운 눈물을 위해
당신의 이승과 영혼을 위해
오늘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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