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전이 개막됐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 한 개봉관에선 코믹 잔혹극 방화가 첫 상영됐다.
같은시기에 막을 올린 다 빈치전과 코믹 잔혹극은 질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문화 의식과 수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코믹 잔혹물이 개봉 첫날 3만5천여명의 관객이 몰린데 비해 다 빈치전에 대해선 언론과 시민들의 반응은 전시회는 좋으나 비싸다는 냉담한 반응이다.
코믹 영화를 보는데는 6000원씩 투자해도 괜찮으나 세계 최고의 걸작품들을 관람하는데 9000원을 내기에는 아깝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 유럽 여행을 하면 바쁜 일정을 쪼개 루브르 박물관을 찾아 모나 리자를 쫓기듯 보고 나오면서 한국을 찾아온 르네상스 작품들에 흥미를 갖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어쩌면 다 빈치전은 우리가 소화해내기 힘든 고품격 전시회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이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겠지만 실상 우리의 문화의식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학교 주변까지 유흥업소가 뿌리내리고 있는 정화되지 않은 사회풍토는 소비적이고 저급한 문화를 양산해 왔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업성 짙은 원초적인 문화상품에 순수예술이 뒷전으로 밀려난지 이미 오래다. 사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에는 언론의 책임이 많음을 자인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향락 소비 지향적 저급 문화의식이 이미 교회 안에도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복적이고 신비적인 것에는 부산하나 성미술을 관람하며 개인 묵상을 하는 것에는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제3천년기는 문화 복음화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이 땅에 그리스도교 문화를 심기 위해선 우선 문화의식이 신앙화, 고급화돼야 한다.
특히 문화의 흐름을 바로잡아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성직자, 수도자들은 신자들이 더많은 고급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인도해줘야 할 사명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전은 2천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문화사업으로 가톨릭신문사가 주관하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시대 3대 거장의 작품 254점이 전시되고 있다.
국내에서 이 많은 작품들을 관람하는 기회는 앞으로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어렵게 마련된 이번 전시회에 많은 신자들이 찾아 르네상스 시대 수준 높은 교회 문화를 만나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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