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혀 있는 양심수를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다. 』

4월27일 개최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박석희주교) 주최 양심수세미나에서 「헌법 법철학의 관점에서 본 양심수 사면」과 「양심수에 대한 형사법 형사정책적 검토」라는 두 개의 발제 강의에 나선 박정훈박사(법학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법대 한인섭교수는 좬양심수의 사면은 허용되어야 한다좭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신관 대강당에서 서울대 법학연구소장 양승규교수의 사회로 개최된 이번 세미나는 주교정평위 위원장 박석희주교의 개회사로 시작돼 발제1, 2 강의에 이어 가톨릭대 교수 박동균신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활동하는 윤기원변호사의 약정토론으로 진행됐다.

박석희주교는 개회사에서 『가톨릭교회에서는 양심을 오랫동안 내세워 왔지만 우리나라는 양심이 실종돼 버린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계속 양심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하고 이번 「인간존엄성과 양심수」라는 세미나가 잃어버린 양심을 되찾는 계기가 되어줄 것을 간곡히 희망했다.

이번 세계인권선언 50주년 기념 양심수 세미나의 첫 강사로 나선 박교수는 먼저 『양심수와 관련된 본격적인 연구논문이 발표된 적이 없다』고 밝히고 『갇혀 있는 양심수가 석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나섰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박교수는 『특별사면은 누가 새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단행하는 당리당략적 차원이 아니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것이 국민화합의 진정한 의미』라고 역설했다.

양심수의 정의에 관해서는 『좁은 의미의 양심범, 즉 양심의 자유의 형량배제 영역에 해당되어 윤리적 양심에 의해 법률을 위반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는 경우 뿐만아니라, 사상적 정치적 신념 내지 확신에 의해 법률을 위반한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기간 구금되어 있는 수감자의 경우에는 구금기간이 경과하면 할수록 당초의 사상적·정치적 신념이 점차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 내지 정체성에 직결되어 가기 때문에, 그 신념을 명시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완전히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근본부터 파괴하는 극도의 인간탄압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교수는 양심수의 사면은 국가의 실정법을 기본적으로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양심법과의 갈등을 해소하여 서로 조화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최소한 그 갈등이 영구화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국민에게 의무적 당위를 부과할 수 있는, 진정한 권위를 갖는 법의 질서를 구축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두번째 발제강의자로 나선 한인섭교수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양심수는 이웃을 사랑하라, 선을 행하라는 등 좋은 말씀만 하셨는데도 정권찬탈범 등으로 몰려 사형당하신 예수님』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예수님은 오히려 70~80년대 한국에서보다는 인간적인 대접을 받은 것』이라며 그동안 국내에서 실정법이 남용됐던 점을 먼저 지적했다.

현재 수형자중 얼마나 많은 숫자가 양심수로 분류될 수 있는지는 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에 정답이 없다고 밝힌 한교수는 불법과 불합리점을 치유하기 위한 적절한 사면권 행사는 현시점에서 매우 필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