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에는 지금의 신촌 로터리만 가도 논밭이 있었고 그 속에서 메뚜기가 튀고 잠자리가 날아다녔다. 집의 들에는 나팔꽃, 해바라기, 과꽃, 맨드라미, 분꽃, 사르비아가 철을 가려 피었고 여러 가지 이름 모를 나비와 벌레들이 쉴새없이 날아들었다.
가을 하늘은 파랗기만 했고 공기는 상큼하다 못해 속이 저릴 정도였으며 드물게 다니던 양철통 두드려 만든 버스에서 나오는 매연냄새가 아주 낯설게 느껴지곤 했다. 밤이 되면 반딧불이 날았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주워 담느라 잠을 설치기가 일쑤였다.
지금의 마포대교 부근 한강에서 수영을 할 수 있었고 아버님이 노량대교 밑에서 낚시로 잡아오신 붕어로 끓인 매운탕이 매우 맛이 있었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강아지와 같이 뛰었고 길을 가다가 처마에 맺힌 고드름을 따서 먹는 맛도 그만이었다. 형님들과 우산대의 대나무를 잘라 연을 만들고 목화실을 꼬아 만든 연줄에 사금파리를 빻아 밥풀에 섞어 바른 다음 윗동네 아이들과 연날리기 시합을 할 때 상대방 연줄을 끊기도 했다. 풍족하지 않았지만 자연이 깨끗했고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가 자연이 우리 곁을 떠나기 시작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 정글 속에서 공기가 시들고 물이 병들며 풀과 나무가 온통 신음하고 있다. 이제는 마음 놓고 숨쉬기도 먹기도 어렵고 온갖 공해 물질로 우리 몸이 보이지 않게 병들어가고 있다.
몇년전에 인기 있었던 '혹성 탈출'이라는 영화에서 우주선을 타고 원숭이가 지배하는 혹성에 내린 우주인이 짐승처럼 사는 인간들과 함께 원숭이들에게 쫓기다가 바닷가에서 흙속에 반쯤 파묻혀 있던 '자유의 여신상' 상체를 발견하고는 땅을 치며 통곡하던 모습이 장래 우리 자손들의 모습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새해에 기억해야 할 것들 중 우리 환경보호 문제가 그 첫 번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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