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유치원 원생들이 씨랜드에서 불타 죽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애끓는 울음이 전국을 뒤흔들었고 전국의 모든 수련장은 텅 비게 되었다. 만일 씨랜드 참사가 없었다면 극기 훈련, 오락 등의 갖가지 명목으로 상업주의와 결탁한 온갖 종류의 캠프 훈련이 유치원은 물론 각급 초등 학교 중 고교 대학까지 우후죽순으로 지속되었을 것이다. 자식을 과잉보호로 키운다는 지적이 일면 극기 훈련을 보내는 것으로 대응하고 극기 훈련이 위험하다고 하면 보호 교육으로 후퇴하는 악순환이 일고 있다. 베를린의 러브 퍼레이드
세기말 특히 1000년 단위의 시대 변화에는 어른들의 말이 금과옥조가 되기 어렵다. 새시대에는 새로운 가치가 등장하고 이미 구시대의 가치에 물든 어른들은 새시대를 맞이하는 새 세대를 위한 겸허하고도 사려 깊은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유럽 통합을 자축하면서 97년부터 베를린에서 150만 명의 유럽 젊은이들이 모여 테크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평화와 휴머니즘을 다지는 러브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유럽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인 자리에 사고 하나 없었고 경찰의 개입이 없었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러브 퍼레이드의 주역은 베를리너들이다. 베를리너들은 통일 독일의 새로운 수도인 베를린에 남보다 앞서 자리잡은 20대의 작가 연출가 음악가 등의 문화적 첨병이 되는 젊은이들이다. 유럽의 진보 세력인 68세대의 자녀들인 이들은 부모 세대의 사회 개혁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지적하고 메꿔나갈 줄 안다.
애국주의와 향토 사랑
즉 부모 세대는 이데올로기라는 큰 명분 싸움에 휘말린 나머지 시장과 돈이 인간의 구체적인 삶을 왜곡시키는 부분에는 둔감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베를린 장벽으로 상징되는 좌우파 대결을 넘어 새로운 시대에는 모든 측면에서 인간을 억압하는 좥시장만능주의좦와의 대결을 선언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의 성과물이었던 언론 매체가 시장의 도구가 되고 있는 현실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언론 해방을 당면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들은 애국주의와 향토 사랑은 찬성하지만 민족주의와 지역주의에는 반대를 한다. 평화와 인권이라는 보다 높은 가치 지향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을 거부한다. 베를리너로 대표되는 유럽 젊은이들은 이외에도 국경없는 의사회로 대표되는 프랑스의 젊은이들을 끌어 안는 다양한 NGO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보다 소외된 사람 소외된 국가, 돈과 관련이 없는 생태환경의 문제에 앞다투어 나선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과 평화의 이면에도 국가간의 각축전은 치열하다. 독일 정부는 러브 퍼레이드의 재정 지원을 기꺼이 떠맡았으며 유럽 각국의 도시에서 개최하자는 프랑스 문화장관의 요구를 점잖게 따돌렸다. 베를린을 교두보로 평화와 인권이라는 새로운 빗장으로 동유럽을 파고들려는 독일의 좥애국주의좦적 저의가 깔려 있는 행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상업주의에 물든 21세기 교육
인권과 평화라는 이타적이고 보다 높은 가치를 내세우게 되면 그보다 하위수준의 무질서, 속임수 등이 정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협동과 평화를 강조하는 것이 한 사회의 질서 유지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것은 이미 선진국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는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을 좥왕따좦시키고 인권이나 평화를 얘기하면 냉소적으로 대하는 풍조가 어느덧 만연되어 있다. 교육 내용의 건전성과 미래지향성을 따지는 학부모는 설자리가 점점 비좁게 된다. 21세기의 주역을 키우는 전국 각지의 캠프는 상업주의에 오염되어 있고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도 군사 문화적인 신고식, 기합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분단된 현실에서 아직도 이북의 어린이가 우리에게 총칼을 겨누는데 너희는 무엇 하느냐는 전쟁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어린이들이다.
씨랜드 참사가 헛되지 않으려면
서구 문물에 대한 주체적 개방이 식민지를 면할 수 있었던 제3세계의 19세기의 선택이었다. 21세기의 개인이나 국가의 선두 다툼은 역설적으로 평화와 인권에 대한 깊은 고민과 대안에 달려 있다.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는 조건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 보다 협동과 연대, 인권과 평화에 대한 고민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지도자를 삼는 나라는 다 선진국이라는 것을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씨랜드 참사에서 죽은 어린이들의 목숨 값이 헛되지 않으려면 상업주의와 거리를 둔 평화와 인권 중심의 안전한 새로운 캠프를 되살리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성차별적 상업적 흥미위주적인 교육내용에 대한 과감한 개입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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