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을 넘어서면서 놓지 못하는 화두 중 하나는 「과연 내가 잘 살고 있는가? 아니라면 어떻게 길을 바꿔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용기가 없어 길을 바꾸어 볼 엄두를 내지 못했고 , 대신 신문에 나는 구인광고마다 연령 제한 상한선이 내 나이보다 훨씬 아래에 있음을 한탄하곤 하였다. 직장에서 책임이 많아진 작년부터는 일이 무겁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명분만 있으면 지금이라도 퇴직을 할텐데'라든가, '앞으로 5년만 열심히 일하고 후배 교수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나가야지…'하면서 자신의 발전 가능성이 제한됨을 가려보려고 시도하다가, 금년부터 문하에 대학원생을 받으면서는 그나마도 나가야 하겠다는 소리는 입 밖에 내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지난 연말 갑자기 제자 한사람이 찾아와 결혼식 주례를 부탁했다. 화들짝 놀라서 나같이 젊은 교수가 주례를 맡는 것이 어색할테니 나이드신 교수님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거절하였다. 이 제자, 다른 교수님들을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다시 와서는 도저히 안되겠으니 교수님께서 맡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여 하는 수 없이 승낙하게 되었다.
난생처음 서보는 결혼식 주례였지만 워낙 무대에 강한(?) 나는 며칠을 생각하여 주례사를 정리하였고, 나이가 좀 들어보일까 싶어 한복에 두루마기까지 입고서는 연극배우 같은 심정으로 자신있게 주례 자리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주례사를 하는 동안에 갑자기, '이제 이 두사람의 삶을 반쯤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과, '내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하는 의문이 교차하여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우리는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남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산다. 부모로서 형님이나 오빠로서 선배로서 직장의 윗사람으로서 또는 스승으로서…. 학생시절 교수님들 중에서 나도 저런 교수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분을 혼자서 흠모하고 지켜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제자들과 후배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교수가 되기 위해 뼈를 깍는 노력으로 내 삶을 다듬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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