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중 남편은 몸이 약해서 치질을 심하게 앓아 누웠다. 걱정하고 있던 중 천주교인이 방문을 왔다. 사정을 듣고 도티병원에 입원을 시켜주었고 자주 찾아왔다.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를 드려주기도 했다. 방세를 내지 못해 자주 이사를 했다. 그때면 찾아와 이삿짐도 날라주었다. 청년들이 고마워서 우리 가족은 성당에 다니게 되었고 세례도 받게 됐다.
고마운 분들 덕분이다. 그런데 나한테 고민이 한가지 있다. 척추장애인이라 잔등이가 나온 것이다. 어제 오늘의 고민은 아니지만 갈수록 고민스럽다. 45년동안을 늘 긴 머리만 하고 있다. 긴머리로 잔등이를 덮으면 덜 흉하기 때문이다. 한여름에는 무척 짜증스럽다. 비관도 하게 된다.
이럴때면 남편이 위로를 해주며 자신감을 준다. 이제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아이들이 착하다고 동네어른들은 입을 모아 말씀하신다. 이 집 아이들에게 상장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학교에서 아들은 효행표창장도 받아왔다. 아이들을 보는 순간 힘이 솟는다. 이 세상 어떤 부자도 나는 부럽지 않다. 아들은 지금도 나와 함께 길을 걸으면 옆에 바짝 붙어서 걸어간다. 절대 창피하지 않다며 "세상에는 엄마보다 더 심한 사람도 많아요. 힘내세요" 하고 용기를 준다. 이제 세상의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자부하며 살아간다.
아이들한테도 말한다. 부모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너희들이 바르게 인정받는 삶을 살아야 아빠 엄마가 실망하지 않겠노라고 .
때로는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한다. 왜 우리 부부는 두 가지중 한가지도 없을까? 몸이 건강하든지 돈복을 타고 나든지. 하지만 이것은 세상탓도 아니요, 부모 탓도 아니요, 오직 나의 운명인 것이요 바로 내 탓인 것이다. 비록 어려운 생활속에서 살지만 행복을 누리며 산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만들며 사는 것이다.
결혼 19년째를 살아가지만 부부싸움을 한 번도 해 본 일이 없다. 남편의 사랑과 이해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힘만 있다면 산이라도 옮기리다. 눈덩이도 녹이리다. 열심히 살아가면 좥쨍좦하고 해뜰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굳게 믿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리라. 거친 파도 몰아쳐도 거센 비바람이 불어와도 내 사랑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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