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어느 모임에서 호스피스 환자들의 죽음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말할 기회가 있었다. 청중 속 한 분의 질문에서 였다.
환자마다 그 의미는 다를 것이고 옆에서 지켜보는 의사 입장에서 그 의미들을 다 이해하기는 힘들겠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삶 속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죽음과 만나게 된다. 매일 저녁 대하는 TV뉴스 속 사고나,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교 동창생의 암으로 인한 사망 소식, 아니면 연로하신 친구 부모님의 부음등에서….그러나 대개 이 죽음들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 무의식속에서 저으기 안도하고 마는 타인의 죽음일 뿐이다.
죽음이라는 열차의 기적소리를 들으면서 철로변에 서 있을때는 그 느낌이나 의미는 다를 것이다. 실로 우리는 모두 죽어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기 조차 싫은 먼 훗날 나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올 (그러나 오지 않을 수 있다면 안오면 좋을) 사건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자신의 죽음은 물론 타인의 죽음도 마주하기를 꺼려한다. 왜냐하면 타인의 죽음에 비추어져 보이는, 자신이 마주칠 죽음을 직면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날 무심코 뒤를 돌아보다가 어느 사이인가 등뒤에 와 서있는 죽음의 그림자를 발견한다면 얼마나 놀랍겠는가? 다행스럽게도 하느님 자녀인 우리들에게는 부활이신 주님을 따라 영원한 삶으로 들어갈 희망이 있다. 죽음은 삶의 단절이 아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뀌는 것일 뿐이다.
말기 암환자와 같이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사람들은,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듯이 현재의 삶을 정리하고 다음 세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육체적 정신적 영적 고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옆에서 그들을 도와서 다음 세상으로 향하는 어두운 길을 밝혀 준다면, 그 시간은 절망과 두려움의 시간이 아니라 새롭고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과 사랑이 가득찬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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