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제 구제금융을 받게 된 원인이 고비용 저효율의 산업구조, 해마다 누적된 국제수지 악화, 과다한 외채,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은 기피하면서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과소비 생활, 끝을 모르는 부정부패, 위기에 대처할 능력을 상실한 정부 등 복합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맞은 경제난국은 경제문제만이 아닙니다. 경제문제 만이라면 금과 달러를 모으면 해결될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고 근본문제는 우리의 정신과 생활에 있습니다. 국제 구제금융을 받고서 우리가 많이 듣게 되는 말이「신뢰(성)회복」이란 단어입니다. 이 단어 자체가 벌써 우리의 문제가 경제문제만이 아니라 오히려 이웃을 속이고 과장한「우리의 거짓된 생활 자세에서 비롯된 윤리문제」(김어상 교수)라는 것을 반증해 줍니다.
법정 스님은 명동본당 경제난 극복을 위한 특별강연회에서 지금의 경제난국이 긴 안목으로 바라볼 때「우리 미래를 위해서 큰 다행이다. 이런 경제난국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타락해 갔을까 생각할 때 이번 난국은 역사적 의미, 하느님의 뜻에서 볼 때 큰 다행이요 국제 구제금융이라는 방법을 통해 갚은 잠에서 깨어나게 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국제 구제금융을 받기전 우리사회전체와 우리의 생활 모습과 자세가 비정상이었음을 다들 느꼈고 인정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국제 구제금융을 통해서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말을 서로들 나누셨을 것입니다.
경제난국이 시작된 지 6개월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대량 실업사태를 맞고 있고 그 결과는 엄청납니다. 실업자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약한 우리나라에서 실직자 문제는 많은 문제들을 낳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도 자살자들, 두 배로 늘어난 이혼, 이혼고아, 점심을 굶는 학생들, 청소년 가출과 비행, 자살 등으로 가정이 붕괴되어 가고 있고 노숙자들, 행려자 식당을 찾아 길게 늘어선 실직자들이 점점 수치심, 윤리의식, 의욕상실 등 정신적으로 황폐해 가고 있으며 마약, 각종 범죄 등으로 사회가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전화위복의 기회
그러나 위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난국을 냉정하게, 겸손되이 발아들이고, 정신과 생활개혁을 통해서 이 시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은 개인과 기업들도 적지 않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사장이 된 소위 벤처 기업주들이 생겨나고 국내 기업들 간의 경쟁이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한 경쟁에서 최고가 되려는 자세로 연구하고 노력하는 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IMF는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입니다. 산고를 치르지 않고서는 옥동자를 탄생시키지 못합니다. 두려워 말고 냉정하게 우리의 처지를 직면하고 받아들여서 벤처기업들처럼 새 출발을 해야겠습니다. 마치 고해성사때 지난날의 잘못을 통회하고 앞으로를 위하여 정개(결심)를 하듯이 말입니다.
교회가 나아갈 방향
그러면 우리 신앙인들이 교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정부가 정치 경제의 새로운 틀을 짠다면, 교회는 정신과 생활의 새로운 틀을 짠다면, 교회는 정신과 생활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국가 구제금융을 받게 된 원인이 경제자체보다 우리 정신과 생활태도에 있기에, 그 극복의 길도『정신개혁과 생활태도 개선으로』(최창무 조교) 즉, 더 이상 거짓과 과장, 부정 등 비윤리적인 정신자세와 생활을 버리고 복음적 가난의 정신으로 근검절약과 저축생활을 하면서 근면, 성실, 정직으로 윤리의식을 회복하고 그로써 신뢰성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경제 제일주의에서 인간성 회복에로 틀을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우 여러분, 한국 천주교회가 70~80년도에 우리사회에 정의를 세우려 노력하고 국민의ㆍ대변인 역할과 민주화 운동의 산파역을 하였기에 한국 국민들은 한국 천주교회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 구제금융 시기를 맞게 된 바로 지금이 통일운동과 함께 나라를 살리고 우리 국민을 사랑하며 그로써 교회가 이 땅에서 빛과 소금의 구실을 다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입니다.
십자가를 보고 피하지 마십시오. 자모이신 교회는 항상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실직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위하여 우리 개개인들이, 그리고 교회 전체가 공동체적인 연대의식을 강화하고 연대적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교우 여러분, 이번 경제난국이야말로 대희년을 준비하는 한국천주교회에 응답을 기다리며 불어온 시대적 도전이라고 봅니다. 시대의 징표를 깨닫고 하느님의 뜻에 부응하려 함께 노력합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