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사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지금은 은퇴하신 어느 교수님께서 몇 년전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필자에게 질문을 하셨다. "홍교수, 자네가 호스피스에 너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걱정이네. 호스피스는 일반의나 은퇴한 의사들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네같이 암치료에 헌신해야 할 활동적 연령에 있는 암전문의가 하는 것은 낭비가 아닐까?" 당시에는 그 은사님의 진심어린 걱정에 반대를 못했지만 그 의견에 동의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필자는 암전문의로, 가장 적극적이며 암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치료법인 '고용량 항암제와 말초 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을 책임 맡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말기암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증상조절도 하고 있다. 따라서 치유 가능성이 있는 시기의 환자는 가장 강력한 치료법으로 치료하되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수명이 제한될 환자들은 적극적 증상조절로 고통없이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호스피스는 죽음을 잘 마무리 하도록 돕는 목적의 종교활동이거나 간호사들이 하는 간호의 일종이며 의사들이 맡을 역할은 전혀 없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영국을 중심으로한 서구 국가들에서는 이미 호스피스가 의학의 한 분야인 완화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말기 환자의 고통스러운 육체적 정신적 영적 문화적 증상들을 적극적으로 해결 그들이 생의 마지막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평화와 행복속에서 아름답게 지낼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따라서 호스피스는 죽음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말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둔다. 필자에게는 호스피스가 의사로서 어떤 자세로 환자를 만나고 있는가에 관련된 인생관이나 직업관의 문제이며 신앙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호스피스는 자신을 낮추어 우리의 고통에 늘 동참하고 계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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