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서는 몇 해 전부터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끝나는 8월 중순에 1ㆍ2학년 가톨릭 신자들 중심으로 안동교구 쪽으로 3박 4일 농촌 현장 체험을 떠난다. 올해는 경북 상주시 사벌면 퇴강공소로 가기로 방학 전부터 계획되어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7월 하순부터 게릴라성 폭우는 보름 동안 전국을 누비면서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 수재민을 내었는데 우리가 가기로 되어 있던 상주시는 시간당 최고 95㎜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이곳 저곳으로 여러차례 현지사정을 물어 보았다. 8월 14일 학생들의 예비모임이 있는 날의 현지 상황은 도로가 유실되었고 전기가 끊겼으며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단 가는 것으로 모든 것을 준비하고 16일 오후 4시를 기해 날씨를 보아 못간다면 비상연락을 취하겠다고 결정을 하고 헤어졌다. 가기로 결정된 16일 저녁부터 새벽녘까지 비가 오기 시작하여 경남 부산일대 폭우가 내렸다. 학생들의 문의전화도 여러차례 받았다. 밤새 전화소리 빗소리에 잠을 설치고 날이 새기를 기다려 버스 여행사와 현지에 연락을 취해보았다. 그곳은 비는 오지 않는데 의성쪽에 도로가 유실되었다고…가기로 다시 결정했다.
거대한 낙동강 뻘물이 흐르고 있는 다리를 지나 퇴강리 공소에 도착했다. 마을 주민 80%가 가톨릭신자라고 하는 김해 김씨 집성촌이었다. 함창쪽으로 가는 다리가 끊어졌고, 곳곳에 토사가 흘러내려와 농경지가 유실되었고 제방이 무너졌다. 다행히 이곳은 인명피해는 없었다. 공소 총무인 김중태씨의 마을 사정과 일할 때의 유의사항을 듣고 각 조마다 식사 당번 1명을 제외하고 7조로 나뉘어 수해복구 현장으로 나갔다. 우리들의 할 일은 하루에 8시간 무너진 제방, 도로 파손, 논밭으로 흘러들어온 모랫더미를 치우는 것이었는데, 삽질이 서툰 우리들은 힘이 들었지만 당초의 계획대로 수해현장에서 이웃의 힘겨운 일들에 대해 함께하고 있고,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훈련을 쌓는 것이 흐뭇한 소득이었다.
둘째날 아침 5시 30분 기상, 굵은 비가 오고 있었다. 우리는 인력시장에 나와 팔려 나가기를 기다리 듯 애절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비를 맞고 서 있었다. 15명, 8명, 5명…12명, 식사 당번을 제외한 77명이 모두 일터로 갔다. 제방 쌓기, 포댓자루에 흙을 부어 넣고 폐 타이어를 끼우고…수없는 삽질, 발로 다지기…저녁식사시간, 돼지 삼겹살 구이가 기다렸다. 신부님께서 현지에서 주운 돌판 2개를 불위에 달구어 놓고 구워 주시는 돼지 삼겹살 맛이란? 꿈엔들 잊힐리야! 우리는 저녁에 모두 공소에 모여 농촌 이농문제와 농가의 많은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등 농촌 제반 문제들을 열심히 토론하고 나오니 별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일은 덥겠구나! 쑥대를 꺾어 모깃불을 피워 놓고 북두칠성을 찾아보고 하는 가운데 밤은 깊어 갔다.
셋째날 오랜만에 해가 떴다. 5시 30분 기상. 이장님의 『학생들의 손이 필요한 사람은 데려 가라』는 안내 방송이 나간 후 7시 30분부터 그곳에서 원하는 수대로 우리는 일터에 갔다. 모래에 덮인 벼를 물에 씻기, 막힌 고랑 흙 파내기, 제방 쌓기, 파소된 도로 복구하기, 잘하지 못해도 열심히 손ㆍ발을 움직였다. 땀이 비오듯 했다. 저녁 무렵, 우리는 스스로 감탄하기까지 했다. 몇 마지기 논의 둑을 모두 복구했는가 하면 몇 m 무너진 제방을 7층으로 포대 쌓기를 거뜬히 해 놓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그동안 했던 일을 중심으로 각 조별로 토론, 반성, 발표 후 미사로서 3박 4일 농촌현장 수해 복구체험을 마무리 했다. 이번 농촌 현장 수해 복구를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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